하루 15시간 운전 뒤 세차하다 사망한 기사… 대법 “산재 인정”

입력 2019-04-28 19:03

하루에 15시간을 운전한 뒤 세차하다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관광버스 운전기사에 대해 대법원이 업무상 재해가 인정된다는 판결을 내놨다.

대법원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관광버스 운전기사였던 고(故) 김모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 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하라”며 낸 소송에서 유족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유족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8일 밝혔다.

김씨는 2015년부터 강원도의 한 관광버스 회사에서 전세버스 기사로 일하다 같은 해 10월 4일 오전 버스를 세차하던 중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사망했다. 김씨는 9월 15일부터 10월 3일까지 19일간 휴무 없이 버스를 운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유족은 공단에 유족 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지만 공단은 “업무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거절했다. 이에 유족은 소송을 냈다.

하급심은 공단 측 손을 들어줬다. 1·2심은 “장시간 대기시간이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과중한 업무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근무시간에 대기시간이 포함돼 있기는 했지만 대기시간 전부가 온전한 휴식시간이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김씨가 대기시간에 휴게실이 아닌 버스나 주차장에서 대기한 점, 승객의 일정을 따라야 해서 대기시간이 불규칙했던 점에 주목했다. 대법원은 “특히 김씨는 사망 전날 전세버스가 아닌 셔틀버스를 몰았다”며 “두 업무는 운행 주기나 구간, 승객 승하차 빈도에 큰 차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씨 사망과 업무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원심 판단에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판결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