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0.3% 성장, 10년 만에 최악… 실물경제 ‘빨간불’

입력 2019-04-26 04:05

활력을 잃은 한국 경제가 ‘-0.3% 성장’이라는 1분기 성적표를 제출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여 만에 가장 나쁜 성적이다. 실물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빠졌으며 ‘소득주도성장’의 궤도를 수정해야 할 때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한국은행은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전 분기 대비 -0.3%를 기록했다고 25일 밝혔다. 2017년 4분기(-0.2%) 이후 1년여 만의 역성장이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4분기(-3.3%) 이후 10년여 만의 최저치다. 동반 부진에 빠진 수출과 투자가 역성장을 낳았다. 전 분기 대비 수출 증가율은 -2.6%, 설비투자 증가율은 -10.8%로 집계됐다. 특히 설비투자 증가율은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분기(-24.8%) 이후 21년 만의 최저치를 찍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제조업의 투자 위축 분위기가 그대로 반영된 수치다. 한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반도체 장비 쪽 투자와 기계류 투자가 침체돼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그러면서도 “연간 경제성장률 2.5% 달성”이라는 시각을 유지했다. 1분기 역성장에는 일시적 요인이 반영돼 있고, 앞으로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와 추가경정예산이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한은은 하반기에 반도체 경기가 개선될 것으로도 기대했다. 한은 관계자는 “과도하게 비관적인 생각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간에서는 심각한 실물경제 위기 상황으로 본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제성장률이 빠른 속도로 내려앉아 2% 선을 위협할 정도로 악화됐다”며 “연간 2.5% 성장 달성이 어려워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확장적 재정정책, 완화적 통화정책과 함께 소득주도성장의 궤도 수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수치에 일희일비할 것은 아니지만 설비투자를 보면 하강 사이클이라는 인식을 해야 한다”면서 “정부가 수요를 창출해 민간소비와 투자를 자극하는 ‘승수효과’(추가 수요를 낳는 파급효과)를 일으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밋빛 전망으로 일관하던 금융투자업계에서도 ‘경제위기 징후’라는 보고서가 나오기 시작했다. 하이투자증권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3%로 하향 조정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부진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올해 2.2% 성장을 예상했다.

정부는 이날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소집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민간투자가 잘 일어나도록 규제완화 조치를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이경원 기자, 세종=전슬기 기자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