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미에 입장전달 희망” 푸틴 “6자회담 재개해야”

입력 2019-04-25 19:51 수정 2019-04-26 00:50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5일 블라디보스토크 루스키섬의 극동연방대에서 만나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처음 이뤄진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은 한반도 문제에 관해 러시아와의 공동 조정을 언급했고, 푸틴 대통령은 북·미 간 직접 대화에 대한 지지를 밝혔다. AP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에 이어 러시아와 비핵화 공동전선을 구축했다. 김 위원장은 25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갖고 북핵 협상 전략을 집중 논의했다. 푸틴 대통령은 “6자회담은 북한에 대한 체제안전 보장에 필요하다”며 북·미 간 톱다운 방식으로 진행되던 비핵화 협상판을 흔들었다.

푸틴 대통령은 루스키섬 극동연방대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은 국익에 부합하는 회담을 이어가길 바란다”며 “미국 정부에서 건설적인 태도를 취하면 성공적인 대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러시아는 북·미 간 직접 대화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또 “김 위원장은 북한의 입장을 미 정부와 다른 정상들에게 알릴 것을 희망했다”며 “26일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나 이번 정상회담 결과를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유엔에서 이뤄지는 대북 결의안에 대해 논쟁이 있기는 하지만 러시아와 미국은 핵 비확산이라는 공동의 목적을 위해 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단독회담 모두발언을 통해 “전 세계의 초점이 조선반도 문제에 집중돼 있다”며 “이 문제를 같이 평가하고 서로의 견해를 공유하고 앞으로 공동으로 조정 연구해 나가는 데서 의미 있는 대화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지난 2월 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고 이후 북·미 대화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열렸다. 김 위원장은 일괄타결식 ‘빅딜’을 고수하는 미국을 향해 올해 말을 협상 시한으로 제시하고 버티기에 들어간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을 압박하고 제재 뒷문을 열기 위한 다목적 카드로 푸틴 대통령을 만났는데,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재개된 북·미 비핵화 협상 국면에서 별다른 존재감이 없었던 푸틴 대통령도 한반도 문제의 중요한 플레이어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6자회담 재개 방안도 논의한 것으로 관측된다. 푸틴 대통령은 “2005년에 이미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미국 측에서 이미 합의된 내용이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북한의 모든 핵무기 폐기와 한반도 평화협정 등을 골자로 한 9·19 공동성명을 언급한 것이다. 이후 9·19 공동성명을 이행하기 위한 후속 합의가 이어졌지만 북한 핵시설 검증을 둘러싼 이견 탓에 없던 일이 됐다. 6자회담은 2008년 12월을 끝으로 열리지 않아 유명무실해진 상태다. 푸틴 대통령은 “한발 앞으로 나갔다가 두발 뒤로 가는 방식으로 가면 문제 해결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6자회담 재개에 부정적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현재 진행되고 있는 톱다운 방식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북한을 경유하는 가스관 건설사업을 비롯해 전력망 연결 등 경제 협력 방안도 심도있게 논의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