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도 고소득층도 모두 지갑을 닫았다

입력 2019-04-26 04:07

지난해 저소득층은 물론 고소득층까지 모든 가구에서 지갑을 닫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월소득이 100만원 미만인 가구도, 700만원 이상인 가구도 소비지출을 줄였다. 저출산·고령화로 가구당 구성원 수가 줄어드는 데다, 각자 쓸 수 있는 돈이 감소하자 허리띠를 졸라맨 것이다.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지만, 경기 악화 속도가 빨라 지난해 가구당 가처분소득은 줄었다.

통계청은 25일 ‘2018년 가계동향 조사(지출부문)’ 결과를 발표하고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이 253만8000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전년 대비 2.2% 감소한 규모다. 월소득을 기준으로 나눈 8개 구간 가운데 500만~600만원 미만을 제외한 모든 가구의 소비지출이 1년 전보다 낮아졌다. 100만원 미만은 0.9%, 100만~200만원 미만은 4.8%, 200만~300만원 미만은 2.3%, 300만~400만원 미만은 2.2%, 400만~500만원 미만은 4.8%, 600만~700만원 미만은 1.7%, 700만원 이상은 2.3% 감소했다.

소득분위별로 보면 1분위(소득 하위 20%)와 3분위 소비지출이 각각 0.9%, 07% 증가했다. 하지만 2분위와 4분위, 5분위(소득 상위 20%) 지출은 감소했다. 1분위 지출이 증가한 건 의미 있는 일이지만, 내용은 좋지 않았다. 소득에 여유가 생겼다기보다는 월세 등 주거비 지출이 약 21%나 뛰었다.

씀씀이 줄이기는 생필품에 지출하는 돈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의류와 신발을 1년 전보다 5.3% 덜 샀고 자동차를 사지 않으면서 교통비도 평균 7.7% 줄였다. 음식과 숙박 지출도 5.2% 감소했다. 이처럼 각 가구에서 소비지출을 줄인 배경에는 가처분소득 감소가 있다. 통계청은 지난해 1인 가구를 포함해 가구당 가처분소득이 감소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일자리가 없어지면서 가구 구성원들의 근로 소득이 급감한 것으로 추정된다.

저출산·고령화도 소비지출에 변화를 줬다. 가구당 구성원 수가 적어지자, 이에 비례해 소득과 지출도 줄었다. 저출산으로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교육비는 9.2% 감소했다. 박상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2인 이상 가구의 평균 가처분소득은 1% 안팎으로 증가했으나 1인 가구까지 포함하면 소폭 감소했다”고 말했다.

한편 각 가구의 소비지출 감소는 민간소비 증가율과는 다소 괴리를 보인다. 지난해 민간소비 증가율은 2.8%로 7년 만에 가장 높았다. 성장률을 끌어올리는데 한몫을 하기도 했다. 통계청과 한국은행에서 내놓는 두 지표의 간극은 조사방법, 대상, 구성 항목 등의 차이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