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미·일 26일 각각 정상회담… 숨가쁜 4강 외교전

입력 2019-04-26 04:05
시진핑(맨 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일대일로 정상포럼 참석차 중국을 방문한 응우옌쑤언푹(맨 오른쪽) 베트남 총리가 2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회담하고 있다. 시 주석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일대일로 정상포럼에는 37개국 정상이 참석한다. 포럼은 27일까지 이어진다. 신화뉴시스

8년 만에 이뤄진 북·러 정상회담 직후 곧바로 중국과 러시아, 미국과 일본 정상이 연쇄 회담에 들어간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6일 베이징에서 회동하고, 같은 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워싱턴에서 만난다. 특히 시 주석은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의사를 밝히면서 재임 중 처음으로 일본을 방문하게 됐다. 한반도 주변 4개국은 2개월간 숨가쁜 외교전을 펼치며 이해관계에 따른 밀착 관계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제2회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정상포럼이 열리는 26일 베이징에서 회담한다. 미국을 제외한 37개국 정상이 참석하는 이번 일대일로 포럼에서는 중국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해외 인프라 건설 투자의 성과 등이 대대적으로 홍보될 예정이다. 푸틴 대통령은 2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담이 끝나자마자 포럼 참석과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베이징으로 이동했다.

25~27일 열리는 일대일로 정상포럼은 150여개국과 90여개 국제기구, 약 900명의 기업인이 참여해 2017년 1회 포럼보다 규모가 훨씬 커졌다. 시 주석은 26일 포럼 개막을 선언하고 각국 지도자들과 토론을 진행한다. 27일에는 37개국 정상과 국제기구 수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원탁회의를 할 예정이다.

중·러 정상은 회담을 통해 전통적인 우호 관계를 공고히 하고 미국 견제를 위한 공동협력 의지를 재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군사적 협력도 한층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과 러시아 해군은 오는 29일부터 닷새간 중국 산둥성 칭다오 부근에서 양국의 연례 해상연합훈련을 한다. 중국 국방부는 “훈련은 제3자를 겨냥하는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은 최근 태평양 일대 미 해군 함정 전개에 날선 반응을 보여 왔다. 미 국가정보국(DNI)은 지난 1월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이 “1950년대 중반 이후 가장 잘 이뤄지고 있다”며 이는 미국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간한 바 있다.

유럽 순방을 마친 아베 총리는 26일 워싱턴을 방문,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두 정상은 안보 현안과 무역·투자 활성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일본 외무성에 따르면 두 정상은 지금까지 총 38차례 만나거나 전화통화를 했다. 회담 이후 아베 총리는 멜라니아 여사의 49번째 생일파티에 참석하고, 27일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워싱턴 근교에서 골프를 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다음 달 25~28일 일본을 국빈방문해 나루히토 새 일왕을 예방하고 아베 총리와 회담한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과 일본도 적극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 24일 아베 총리 특사로 방중한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을 만나 6월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겠다고 밝혔다. 시 주석의 일본 방문은 집권 이후 처음이다. 이날 시 주석은 니카이 간사장과 마주 앉았는데, 문재인 대통령 특사였던 이해찬 전 총리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자신의 오른쪽에 앉혀 외교적 예우 논란이 일었던 것과 대조됐다. 니카이 간사장은 시 주석에게 아베 총리의 친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다만 아베 총리는 유럽 순방 중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견제하는 발언을 반복해 그가 화전양면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