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그룹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도 국내 1위 금융지주(리딩뱅크) 자리를 지켰다. 5년 만에 지주사로 부활한 우리금융그룹은 시장의 예상 실적을 뛰어넘는 ‘깜짝 성적표’를 받았다. KB금융그룹과 하나금융그룹은 지난해 1분기보다 순이익이 줄었지만 일회성 비용 등을 감안하면 나름 ‘선방’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금융지주들의 올해 실적 전망에는 ‘먹구름’이 끼고 있다. 역대급 실적을 거뒀던 지난해와 달리 정부의 ‘부동산 대출 옥죄기’, 글로벌 경기 침체 등 불안요소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이에 금융지주들마다 리스크 관리를 주요 경영 목표로 앞세우는 실정이다. 성장보다 내실 다지기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인수·합병(M&A)을 통한 ‘몸집 불리기’ 경쟁이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신한금융은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이 9184억원을 기록했다고 25일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1%(608억원) 늘었다. 지난해 사들인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 실적이 반영되면서 비이자이익은 31.2%(1960억원)나 증가했다. KB금융은 1분기에 8457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전년 대비 12.7%(1225억원) 줄었다. KB국민은행 희망퇴직 비용(350억원) 등이 영향을 미쳤다.
우리금융은 1분기 순이익으로 시장 전망치(5386억원)를 넘어선 5686억원을 거뒀다. 우리은행 체제였던 지난해 1분기 순이익보다 3.6%(211억원) 감소했다. 다만 지주사 전환에 따른 회계처리 변경으로 신종자본증권 이자(380억원)를 순이익에서 뺀 걸 감안하면 경상이익은 2.9% 늘어난 셈이다. 하나금융은 1분기에 5560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임금피크 퇴직 비용(1260억원) 등 일회성 비용이 반영된 탓이 컸다.
금융권에선 실적 순위를 두고 일희일비할 때가 아니라고 본다. 부동산 시장이 움츠러들고 불황 우려가 짙어지면서 은행의 예대마진(예금이자와 대출이자의 차이에 따른 수익) 정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때문에 금융지주들은 비은행 부문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증권, 보험 등 비은행 분야에서 탄탄한 업체를 사들이면 곧바로 자산 및 순이익 확대로 이어진다. 우리금융은 최근 동양·ABL글로벌자산운용을 사들인 데 이어 부동산 신탁, 캐피털 등을 눈여겨보고 있다. 하나금융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이어 롯데카드 인수도 본격화한 상태다. KB금융은 생명보험사 인수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양민철 최지웅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