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1분기에만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배 가까이 증가한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오랜만에 실적에서 웃었다.
기아차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 대비 94.4% 증가한 5941억원으로 집계됐다고 25일 밝혔다. 당기순이익(6491억원)과 경상이익(9447억원) 역시 지난해 대비 각각 50.3%, 83.9% 오른 반면 매출액은 12조4444억원으로 소폭(0.9%) 감소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국내 등 일부 지역 판매 감소와 레저용 차량(RV) 주력 모델 노후화로 매출액은 소폭 줄어들었으나 판매단가 상승, 북미 수익성 개선 및 통상임금 소송 충당금 환입 등에 따른 매출원가 감소로 영업이익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기아차는 2017년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부채로 잡혔던 1조원 규모의 충당금 중 일부(4300여억원)가 지난 3월 노사합의를 통해 영업외 수익으로 환입되면서 영업이익 증대 효과를 봤다. 이밖에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이 환율 등의 영향으로 부진했던 것도 기저효과로 작용했다. 하지만 판매 증진보다 외부적 요인에 따라 영업이익이 급증한 상황이라 진정한 ‘실적 반등’으로 해석하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1분기 영업이익률은 4.8%를 기록했다. 하루 전 실적을 발표한 ‘형님’ 현대차(3.4%)보다 1.4% 포인트 높았다. 기아차 영업이익률이 4%를 넘어선 것은 2016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기아차 측은 신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텔루라이드의 성공적 미국 시장 출시, 우호적 원·달러 환율, 매출원가 감소 등을 주 요인으로 꼽았다.
기아차의 1분기 글로벌 도매 판매는 국내 11만4482대, 해외 53만4431대 등 지난해 1분기 대비 0.5% 증가한 64만8913대를 기록했다. 유럽(-2.1%)과 중국(-0.3%) 판매는 감소했지만 중남미와 중동, 아시아 등에서는 판매량이 5.1% 늘었다.
기아차 관계자는 “텔루라이드, 곧 선보일 하이클래스 소형 SUV(프로젝트명 SP2) 등 신규 RV 모델을 비롯한 신차 판매를 확대하고 신흥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해 판매목표 달성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