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프로그램이 젊어지고 있다. 기존 레거시 미디어들이 저마다 뉴스를 쉽고 재밌게 풀어내거나 유통 플랫폼을 다각화하는 식으로 변화를 꾀하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재미는 추구하되 자극적인 콘텐츠나 정보 편향은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JTBC는 2013년 시사 토크쇼 ‘썰전’을 편성하며 대중화된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시대를 열었다. 최근엔 20~30대 직장인을 겨냥한 디지털 라이브 뉴스쇼 ‘뉴스페이스’를 선보였다. 주 1회 약 30분간 유튜브와 트위치를 통해 내보내는 콘텐츠로 ‘뉴능’(뉴스+예능)이라는 독특한 장르를 내걸었다.
뉴스 외관을 빌렸지만 시종일관 유쾌한 분위기를 유지한다는 게 특징이다. 젊은 층이 선호하는 ‘B급 감성’을 녹여냈다. 그간 ‘아는 형님’ 등 예능에서 끼를 뽐냈던 장성규 아나운서가 진행을 맡았다. 정장이 아닌 뉴트로 룩이나 힙합 차림을 한 그는 최신 유행어를 쓰며 그날의 이슈들을 풀어낸다. 타로카드, 탈모 같은 일상적 소재가 주를 이루지만 을지로 재개발과 같은 굵직한 문제도 무리 없이 다룬다.
국내 언론 보도를 비평하는 KBS의 ‘저널리즘 토크쇼 J’는 시청자들과 접점을 늘리기 위한 방편으로 유튜브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방송일 이외에도 녹화일인 매주 수요일 12만 구독자를 가진 공식계정을 통해 라이브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정보 범람 시대의 뜨거운 이슈 중 하나인 ‘가짜 뉴스’의 실체를 탐사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MBC에서 지난 8일부터 전파를 타고 있는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다. 북한이 세계 최고 마약 중독 국가라는 가짜 뉴스나 이른바 ‘정준영 동영상 지라시’의 실체를 파헤치는 과정 등이 담겼다.
저널리즘 전문가가 아닌 배우 김지훈이 진행을 맡아 시청자의 눈높이에서 의문을 풀어나간다. 그는 프로그램 기자간담회 당시 “시사 프로그램은 진지하고 딱딱한 형식이 대부분이었는데, 부담 없이 다가가면서 재미가 있는 작품”이라며 “젊은 층이 좋아하는 브이로그(비디오와 블로그의 합성어)의 형식을 빌려 어린 세대와도 소통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친절한 시사 콘텐츠의 연이은 등장은 시민들이 탈정치화로 뉴스 앞을 떠나고 있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전문가들은 이런 시도를 교양 수준의 제고라는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 시사 프로그램들이 정치에 대해 가졌던 필요 이상의 엄숙주의를 깨는 것”이라며 “알고 싶은 욕구와 재미를 동시에 충족시켜 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했다.
다만 정보의 치우침이나 자극적 콘텐츠의 남발 등은 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시청률에만 목매 선정적인 콘텐츠로 시청자를 유혹하는 모양새가 돼선 안된다”며 “시민이 꼭 알아야 할 것을 파헤쳐 카타르시스적 즐거움을 줘야 한다. 완벽할 순 없지만, 전달 정보의 편향성에 대한 제작진 스스로의 지속적인 경계도 필요하다”고 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