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북단체 ‘자유조선’ 멤버들이 지난 2월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을 습격했던 행적이 미 해병대 출신 한국계 미국인 크리스토퍼 안(사진)에 대한 미 검찰의 공소장과 구속영장을 통해 24일(현지시간) 드러났다. 한 편의 첩보영화를 방불케 하는 대담한 범행이었다.
이들이 받고 있는 혐의는 주거침입·불법감금·강도·협박·상해·조직범죄 6가지다. 로스앤젤레스의 미 검찰은 “안은 10년 이상의 중형이 예상되며 도주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미 검찰은 미·스페인 범죄인인도청구조약 등에 따라 안을 스페인에 넘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안이 북한에 압송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유조선 멤버들은 뉴욕 JFK 공항을 출발해 지난 2월 22일 오전 8시 스페인에 도착했다. 이어 멤버 7명은 같은 날 오후 5시 마드리드 주재 북한대사관을 찾았다.
자유조선 리더 에이드리언 홍 창은 소윤석 경제참사를 만나러 왔다고 말했다. 대사관 직원 S씨가 나와 홍 창에게 기다리라고 한 뒤 소 참사를 찾으러 간 사이 홍 창이 대사관 문을 열어 자유조선 멤버들이 대사관 안으로 진입했다. 이들은 모형 권총과 날이 넓은 칼인 ‘마체테’, 쇠몽둥이, 결박용 케이블, 호신용 스프레이를 지녔다.
이들은 S씨 등 대사관 직원 3명을 케이블로 묶어 회의실로 끌고 갔다. 이어 소 참사를 위협해 탈북을 종용했다. “배신할 수 없다”고 버티는 소 참사를 묶고 머리에 가방을 씌워 눈을 가렸다.
대사관 꼭대기층에 있던 S씨 부인은 담을 뛰어넘어 도망쳤다. S씨 부인의 신고로 경찰관 3명이 대사관으로 찾아왔다. 홍 창은 북한지도자 배지를 단 옷으로 위장해 대사관 직원 행세를 하면서 경찰들에게 “아무 일도 없다”면서 “북한 국적자 중에서 다친 사람이 있으면 알려 달라”고 태연하게 거짓말을 했다.
자유조선 멤버들은 대사관 직원들을 지하실·회의실에 감금해놓고 USB로 보이는 펜 드라이브 10여개, 컴퓨터 2대, 하드드라이브 2개를 빼앗았다. 이들이 떠난 시간은 오후 9시40분으로, 4시간40분이나 북한대사관에 머문 것이다.
자유조선 멤버들은 대사관 차량 3대를 타고 달아난 뒤 시내 곳곳에 차를 버렸다. 홍 창은 가명으로 우버를 불러 대사관을 떠났다. 그가 쓴 가명은 ‘오스왈드 트럼프’였다. 홍 창은 범행 다음 날인 2월 23일 리스본을 거쳐 미국으로 돌아왔다. 이어 2월 27일 뉴욕에서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을 만나 자료를 넘겨줬다. 그는 로스앤젤레스에서도 FBI 요원과 접촉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