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OECD “AI·로봇 자동화로 한국 근로자 43.2% 실직 가능성”

입력 2019-04-25 18:45

‘일자리의 멸종’이 다가오고 있다. 한국 근로자의 43.2%는 인공지능(AI)과 로봇이 주도하는 자동화 때문에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무인계산기, 무인택배, 공장설비 자동화 등으로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이다. 특히 나이 많은 근로자일수록 ‘자동화 폭풍’에 노출되는 강도가 크다.

또 노동법 우산 아래 들어가지 못하는 ‘회색지대(Grey Zone) 근로자’를 보호할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근로자의 20%를 차지하는 임시직, 전체 고용의 21%를 담당하는 자영업자가 그들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5일 일자리의 미래를 큰 주제로 하는 ‘2019년 고용 전망(Employment Outlook)’ 보고서를 발표했다. 스마트공장 같은 자동화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변화를 나라별로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도 노동시장의 격류에서 자유롭지 않다. 전체 근로자 가운데 ‘고위험군’ 비중은 10.4%로 집계됐다. OECD는 자동화로 대체될 위험이 70% 이상인 일자리를 고위험군으로 분류한다. 자동화 대체 위험이 50~70%인 ‘중대한 위험군’ 비중은 32.8%였다. 자동화로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한 근로자가 43.2%나 되는 셈이다. 이는 OECD 평균(45.6%)보다 낮지만 미국(37.2%) 영국(37.7%) 등 주요국보다 높다. 한국은 제조업을 주축으로 하는 수출 주도형 경제인데다, 상대적으로 임시직 비중이 높고 자영업 시장 포화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자동화 흐름에 따라 감소가 예고된 일자리는 적지 않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이날 발간한 ‘2019년 한국직업 전망’에 따르면 200개 직업 중 32개(16.0%)에서 일자리가 줄 것으로 관측됐다. 향후 10년간 연평균 고용 감소율이 1.0% 이상인 직업만을 추린 결과다. 텔레마케터, 계산원, 매표원, 도장·도금 숙련공 등이다.

여기에다 OECD는 한국의 빠른 고령화가 산업 자동화와 함께 진행되는 걸 우려했다. 고령 노동자일수록 자동화로 일자리 시장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정부의) 즉각적 조치가 없다면 일부 근로자들은 위험에 직면하고 노동시장의 격차는 더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노동법 보호를 받지 못하는 근로자의 비중이 높다는 점도 한국 노동시장이 안고 있는 고질병이다. OECD에 따르면 임시직 근로자 비중은 20.6%(2017년 기준)에 이른다. OECD 평균(11.2%)과 비교하면 배에 가깝게 높은 수치다. 전체 고용의 21.3%를 담당하는 자영업자 역시 노동법 테두리 밖에 있다. 자영업자 비중 역시 OECD 평균(14.2%)을 웃돈다.

이에 따라 OECD는 노동법 보호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한국 정부가 실업부조 도입이나 관련 법 개정 노력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도전’하는 중”이라며 “플랫폼 노동을 포함해 자영업과 임금근로 사이의 회색지대에 있는 고용 형태로까지 노동법 적용 영역을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