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학치료는 담관암 극복 희망의 빛… 왜 멈췄나

입력 2019-04-28 17:38
암치료를 받기위해 기다리는 환자들.

3년 전인 2016년 5월, A(61·여)씨의 얼굴이 노랗게 뜨고 오한이 찾아왔다. 급성간염인가 싶어 평소 자주 찾던 내과의원에 갔더니 의사가 황달이 심하고 상세가 예사롭지 않다며 인근 대형병원으로 가야할 것 같다며 진료의뢰서를 써줬다. 그렇게 찾은 서울대학교병원에서 담관암 3기로 6개월정도 생존 가능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컴퓨터단층촬영(CT)과 혈액검사 결과, 담도에 종양이 생겨 담관이 막혔고 담낭(쓸개)에서 생성된 담즙이 나오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림프절로의 암 전이도 발견됐다. 서울대병원 담당 주치의는 막힌 담관을 스텐트로 넓혀 담즙을 우선 배출하고, 3개월 내 혈액종양내과에서 항암치료를 받아야할 것이라며 빠른 진료예약을 요구했다.

A씨의 보호자로 함께 자리했던 남편 B씨는 당시 상황을 “아찔했다”고 회상했다. 건강하게 지내던 아내에게 갑작스레 찾아온 암 진단, 그것도 치료가 어렵다는 담관암에 이미 전이까지 이뤄져 아내를 잃지는 않을까 일순 눈앞이 캄캄하게 변하고 세상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는 것이다. 일말의 희망으로 수소문 끝에 받게 된 ‘광역학치료(PDT)’는 그에게 ‘구원’이었나보다. 그는 “처음 PDT를 아는 지인을 통해 알게 됐을 땐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평소 일반 약조차 먹기를 부담스러워하는 아내가 독하다는 항암치료를 견딜 수 있을지도 걱정이었고, 부작용에 고통스러워할 아내의 모습이 그려지는데 방사선치료 등을 권하기도 쉽지 않았던 상황에서 부작용 없고 상처도 없는 치료법이라는데 한 번 받아보자는 심정이었다고 한다.

그렇게 참여하게 된 서울아산병원 담도 및 췌장암센터 박도현 교수의 ‘2세대 광과민제를 이용한 광역학치료 임상시험’을 통해 A씨는 새 삶을 얻었다. B씨에 따르면 1차 PDT 시술을 받은 후 4㎝였던 종양은 2.5㎝로 줄었다. 3개월이 지나 2차 시술 결과, 암은 1.5㎝로 작아졌고, 전이된 종양도 모두 사멸한 것으로 관찰됐다. 혈액검사수치도 정상에 가까워졌다.

더구나 시술 2년여가 지난 지금까지 암은 더 커지지도 활동하지도 않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박 교수는 3차 시술이 필요 없을 정도이며, 5년은 지켜봐야겠지만 안정기에 접어든 듯해 6개월에 한 번 상세확인을 위한 검사만 하면 될 것 같다는 소견을 밝혔다. 사실상 완치에 가까워졌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B씨는 “밑져야 본전이었는데 엄청난 행운이었다. 구세주를 만났다”며 당시의 감격이 다시금 느껴지는 듯 목소리가 흥분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내시경으로 치료가 이뤄져 외관상 상처도 없고, 시술을 받고 하루 만에 퇴원할 수 있었다. 조금의 식욕부진과 체력저하는 있지만 나이 때문일 수도 있어 부작용이랄 것도 없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만약 PDT를 받지 못했다면 아내가 지금까지 살아있을지, 살아있더라도 일상생활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길어야 1년이라던 사람에게 3년의 시간은 천금과 같았다. 많은 환자가 시술을 받아 기쁨을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희망을 전하기도 했다. 반면 임상시험 종료로 더 이상 시술이 안 된다는 말에는 “말이 안 된다. 방법을 찾아야한다”고 오히려 역정을 내기도 했다. 한편 췌·담도암에 대한 PDT시술 임상시험은 현재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2018년 1월까지 서울아산병원에서 진행한 연구자 임상시험의 결과는 A씨를 포함해 고무적이다. 췌장암의 경우 2018년 10월 박 교수가 내놓은 논문초록 기준 평균 70여일의 여명이 304일로 4배 이상 늘었다. 부작용도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공식적인 결과는 아직 발표되지 않고 있다.

오준엽 쿠키뉴스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