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도 직장도 없는데 결혼 할 용기가 생깁니까”

입력 2019-04-28 17:37
비혼 청년들은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경제적 어려움 등이 결혼을 포기하게 만드는 요소라고 말했다. 여성가족부 제공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난 23일 오후 서울 홍대의 한 북카페에서 비혼 청년들과 만났다. 이 자리는 여가부가 여러 형태의 가족과 만나는 다섯 번째 ‘릴레이 간담회’. 진 장관은 지난해 11월 싱글대디와의 만남에 이어, 같은 달 동거가족을, 올해 1월에는 미혼모, 2월에는 30~40대 1인 가족들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번 행사는 “혼인제도에 편입하고 있지 않은 가족의 차별 해소, 다양한 가족 수용을 위한 제도개선을 위한 의견 수렴을 위해 마련됐다”는 것이 여가부의 설명.

진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가족의 형태가 바뀌고 있어 가족정책 패러다임 변화나 정책 포용의 고민을 하고 있다”며 “젊은 세대들에게 결혼이 어떤 의미일지를 듣고 정부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일지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초저출산, 초고령화 시대를 맞아 최근 떨어지고 있는 결혼률과 관련, 당사자들의 말을 충분히 청취하고 정책에 참고하겠다”고 덧붙였다.

시민 김규민씨는 “결혼이 선택의 영역이라는 사회적 흐름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유교적 사상 등의 영향으로 결혼이 ‘압박’으로 영향을 끼쳤던 시대가 지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비혼 청년들은 일상에서 겪고 있거나 느낀 ‘결혼’에 대한 다양한 견해를 내놨다. 한 청년은 “지지기반이 있다면 누군가를 믿고 내 인생을 설계할 수 있는 결혼에 고민을 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이 결혼을 주저하는 가장 큰 이유로 꼽은 것은 ‘주거’와 ‘경제적 안정’이었다. 한 참석자는 “부모가 내게 베푼 것처럼 자식에게 해줄 수 있을지 확신이 들지 않는다”고 말해 경제적인 이유가 결혼을 선택하는데 있어 큰 걸림돌임을 강조했다.

관련해 대기업이나 전문직 등 고소득을 올리는 이들은 결혼 선택이 용이하지만, 중소·중견기업, 계약직 등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을 받는 근로자의 경우 결혼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고소득과 생계 보장이 필요한 보호계층 사이에 낀 세대라는 것. 아울러 육아에 대한 어려움이 걱정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다른 비혼 청년은 “‘독박육아’와 맞벌이를 하는 결혼생활의 힘들어 보인다”며 “결혼 자체가 암담하게 느껴지기도 한다”고 호소했다. 이 청년은 “육아 휴직 사용에 눈치를 주는 회사가 많다”고 말했다.

청년들의 이야기를 청취하던 진선미 장관은 무거운 표정으로 “마음이 점점 무거워진다”며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책 수립에 고민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양균 쿠키뉴스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