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노래한 40년… 가수 정태춘, 글을 빌려 돌아보다

입력 2019-04-25 19:03
가수 정태춘이 25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태춘 박은옥 40 프로젝트 사업단’ 제공

가수 정태춘의 작품 세계가 어떻게 구축됐는지 살필 수 있는 책들이 한꺼번에 나왔다. 직접 쓴 시들이 실린 시집부터 그를 평가한 예술계 인사들의 글 모음집까지 장르도 다양하다.

정태춘은 25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데뷔 40주년을 기념해 출간된 책들을 한 권씩 소개했다. 가장 눈길을 끈 작품은 그가 내놓은 신작 시집 ‘슬픈 런치’와 에세이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 슬픈 런치는 그가 2004년 발표한 첫 시집 ‘노독일처’를 잇는 후속작이며,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는 그간 발표한 노랫말을 정리한 뒤 각 노래에 어울리는 산문을 포갠 책이다.

정태춘은 “세상을 상대로 이야기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활동을 하지 않으면서도, 틈틈이 익명으로 블로그에 글을 쓰곤 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의 경우) 나의 회고록 같은 작품이어서 각별한 책”이라며 “그동안 내가 벌인 작업을 총정리한다는 생각으로 글을 썼다. 너무 진지하지 않게, 가벼운 마음으로 쓴 글들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예술계 인사 39명이 정태춘의 음악 세계를 조명한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도 출간됐다. 이 책에 참여한 임순례 영화감독은 “정태춘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이며 진정한 지식인이자 아티스트”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의 음악은 나 같은 386세대에겐 힘든 시간을 견딜 수 있게 해주었다”고 말했다. 신작 시집의 해설을 맡은 유성호 문학평론가는 “그의 시는 그가 발표한 노랫말과 데칼코마니처럼 닮아 있다”며 “시집을 읽는 독자들은 ‘시인 정태춘’의 세계를 실감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 책 외에도 한동안 절판됐었던 첫 시집 노독일처 역시 복간됐다.

정태춘은 데뷔 40주년을 맞아 전국 투어를 벌이고 전시회를 여는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오는 30일엔 아내이자 오랜 파트너인 가수 박은옥과 함께 새 음반 ‘사람들 2019’도 발표한다. 그는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 말미에 이렇게 적었다. “돌이켜보면 난 참으로 복이 많은 사람이었다. 때론 많게 때론 적게라도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사실, 이 책은 바로 그분들의 책이다.”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