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레미콘 기사 정년 60세보다 높게 인정해야”

입력 2019-04-26 04:04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지난 2월 가동연한(육체노동의 정년)을 만 60세에서 65세로 확대해야 한다고 판결한 이후 실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이를 적용해 배상액을 다시 계산하라는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레미콘 기사 이모씨가 차량 정비업체 직원 A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가동연한을 60세로 보고 손해를 계산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 민사항소부로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가동연한은 육체노동이 가능한 마지막 나이다. 사고를 당해 장애를 얻거나 사망하지 않았다면 미래에 벌었을 수입인 일실수입 계산에 쓰인다. 손해배상액 산정에 중요한 기준이다.

이씨는 2015년 11월 자신이 몰던 덤프트럭 정비를 A씨에게 맡겼다가 A씨 과실로 자동차 부품이 오른쪽 눈에 맞아 영구적인 시력 손상을 입어 소송을 냈다. 하급심은 일실수입 3670만원과 위자료 1500만원 등 모두 5195여만원을 손해배상액으로 인정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가동연한을 60세로 봤던 종전의 경험칙은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게 됐다”며 “막연히 종전의 경험칙에 따라 이씨 가동연한을 60세가 될 때까지라고 단정한 판단엔 법리 오해와 심리 미진의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고(故) 배모씨 유족이 한 손해보험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도 대법원은 같은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부로 돌려보냈다. 배씨는 2014년 2월 부산 해운대의 한 도로에서 차량을 몰다 제한속도를 위반해 운전하던 B씨의 차량에 치여 사망했고 유족은 B씨 보험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이 소송에서도 하급심은 가동연한을 60세로 보고 손해배상액 3억2438여만원을 보험사가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우리나라의 사회·경제적 구조와 생활여건이 급속하게 향상·발전하는 등 제반 사정들이 현저히 변했기 때문에 가동연한 60세의 견해는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게 됐다”며 다시 심리하라고 판결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