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한 목회자 팀과 축구 시합을 했습니다. 이분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 발을 맞췄는지 시합을 하면서 별다른 대화를 하지 않았습니다. 경기 내내 그분들은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그런데도 각자가 있어야 할 위치에 서서 완벽한 전략으로 시합을 주도해 나갔습니다. 반면 우리 지역 목회자 팀은 서로의 이름을 부르고 소리치고 화도 내보았지만 상대가 되지 못했습니다. 결과는 대참패였습니다. 침묵이 소란함을 이겼습니다.
이삭하면 떠오르는 수식어는 순종입니다. 그것도 이 말 저 말 하면서 따르는 순종이 아닌 침묵의 순종이었습니다. 하나님의 명령을 받은 아버지 아브라함이 자신을 번제물로 드리려 할 때 그는 침묵의 순종으로 순순히 자기 몸을 내어 묶였습니다. 아버지의 손에 들린 섬뜩한 칼 앞에서도 침묵했습니다. 그 침묵의 순종에 숫양이 대신 제물로 드려졌고, 칼이 거두어졌습니다.
이삭은 침묵의 순종이 잘 훈련된 사람이었습니다. 이삭이 보인 침묵의 순종은 자녀의 문제 앞에서 분명히 드러납니다. 오늘 본문 21절은 “이삭이 그의 아내가 임신하지 못하므로 그를 위하여 여호와께 간구하매 여호와께서 그의 간구를 들으셨으므로 그의 아내 리브가가 임신하였다”고 했습니다.
이삭은 결혼 후 20년간 자식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주변의 사람들은 여러 명의 자녀를 낳았습니다. 족장 시대 자녀는 경제력이고 군사력입니다. 그런데 이삭의 집안만 유독 안 풀렸습니다. 그런데 이삭이 누구에게도 불평 원망 불만을 토로하지 않았습니다. 단 한 분 하나님께만 입을 엽니다.
이삭은 20년 동안 하나님께 아내를 위해 기도합니다. 자식을 낳지 못해 마음 아파하며 상처로 우는 아내를 위해 기도합니다. 아내의 마음을 위로해 달라 기도합니다. 부부 사이에 신뢰와 관계가 깨지지 않도록 보호해 달라고 기도합니다. 이삭은 20년 동안 하나님만 신뢰하고 침묵했습니다.
본문 21절에서 하나님은 이삭의 기도를 들으시고 응답하십니다. 세상을 향해 침묵하던 그를 귀하게 보셨습니다. 세상 속에서 수치를 당하지 않도록 침묵의 순종으로 하나님만 붙들던 이삭을 축복하사 자녀를 허락하십니다.
이삭은 흉년이 들자 그랄 땅에서 농사를 짓습니다. 그때 하나님은 그에게 백배가 넘는 열매를 거두게 하십니다. 양과 소가 떼를 이루고 종이 많아졌습니다. 아비멜렉은 그렇게 강성하게 된 이삭을 경계합니다. 이삭의 축복을 곁에서 지켜본 블레셋 사람들의 입에서 불평과 시기가 넘쳐납니다.
불평과 시기는 행동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삭의 우물을 흙으로 덮어버렸습니다. 이때 이삭은 그들과 싸워서 이길 만큼 강했습니다. 하지만 우물을 포기하고 처소를 옮깁니다. 자신에게 일어난 문제 앞에, 사람 앞에 침묵합니다. 이후에도 이삭은 처소를 옮겨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마다 어떤 분노도 불평도 하지 않습니다.
이삭이 힘이 없어 말하지 않은 게 아닙니다. 힘은 있지만 침묵의 훈련으로 겸손의 능력이 생긴 것입니다. 예수님 역시 온유하고 겸손하셨기에 모든 모욕과 고초를 다 이겨내지 않았습니까. 결국 침묵의 순종이 이깁니다. 우물을 빼앗길 때마다 침묵의 순종으로 나아갔더니 하나님이 그를 세워주십니다. 아비멜렉이 스스로 찾아와 서로 해치지 말자며 간청하고 평안의 약속을 맺습니다. 그렇게 침묵의 순종이 공동체를 살렸습니다.
교회엔 다양한 성격과 삶의 배경을 가진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모두가 한마디씩 하고자 하면 교회는 매일 불평과 불만으로 가득해서 다툼과 상처만 남을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우리에겐 침묵의 순종이 필요합니다. 침묵의 순종은 하나님의 일하심을 기대하게 합니다. 침묵의 순종은 하나님의 간섭하심을 기대하게 합니다. 이삭이 침묵의 순종을 하므로 부부의 관계가 무너지지 않았고, 자녀들을 얻는 축복을 받았습니다. 이삭이 침묵의 순종을 하므로 우물을 지킬 수 있었고 대적하던 자들과 평안의 약속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침묵의 순종은 자녀를 살리며 가정과 공동체를 살리고 샬롬의 축복을 약속받게 합니다. 날마다 침묵의 순종으로 이 땅에서 진정한 승리자로 사는 저와 여러분이 되시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황형관 구세군동전주교회 사관
◇전북 전주시에 위치한 구세군동전주교회는 영혼을 구원하는 사역자를 세워 건강한 공동체를 이루기를 소망하는 교회입니다. 신앙의 기본을 중요하게 여기며 다양한 세대가 함께 예배하는 생동감 넘치는 공동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