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비핵화 협상을 이끌어온 김영철(사진) 노동당 부위원장이 통일전선부장직에서 교체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월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에 대한 문책 차원의 인사라는 분석이 나온다.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향후 북·미 비핵화 협상의 주도권을 쥘 것으로 관측된다.
국회 정보위원장인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은 24일 “대남·대미 협상 창구가 되는 통전부장이 김 부위원장에서 장금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으로 교체됐다는 보고를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받았다”고 밝혔다.
다만 김 부위원장이 당 부위원장, 당 정치국 위원, 국무위원회 위원 등의 지위를 유지해 실각은 아니라는 게 국정원의 판단이다.
군부 출신인 김 부위원장은 대남사업을 총괄하는 통전부장을 맡아 대미 협상까지 주도해 왔다. 그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카운터파트로서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켰고, 비핵화 협상에 깊숙이 관여했다.
국회 정보위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부위원장이 통전부장에서 교체된 건) 2차 북·미 정상회담의 결렬 책임을 물은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보도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러 수행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통전부장 교체는 지난 1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4차 전원회의에서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1일 장금철 위원이 4차 전원회의에서 당 중앙위 부장에 임명됐다고 전한 바 있다.
장 신임 통전부장은 통일부도 많은 정보를 파악하지 못했을 정도로 베일에 싸여 있는 인물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그가 ‘정통 통전부 관료’로 숨겨진 실세라는 평이 나온다. 50대 후반인 장 통전부장은 대남사업을 오랜 기간 해왔으며,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등에서 민간 교류 관련 업무도 담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비핵화 협상은 외무성 라인이 주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최근 제1부상으로 승진하고 국무위 위원 직함까지 추가한 최 제1부상에게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김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급격하게 상황이 변하면서 비상 외교가 필요했던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는 군인 출신인 김 부위원장이 대남·대미 협상을 모두 주도했다”며 “앞으로는 과거처럼 대남은 통전부, 대미는 외무성이 전문적으로 맡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김 부위원장이 영향력은 다소 줄더라도 2선에서 대남·대미 협상에 관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