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전 감리? 상장 후 감리?… ‘양날의 칼’이 된 IPO 감리

입력 2019-04-25 04:04

상장예비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공개(IPO) 감리’가 양날의 칼이 되고 있다. IPO 감리를 강화하면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다. 대신 상장예비기업에는 부담이다. IPO 시장을 쪼그라들게 만들 수 있다. 지난해 카카오게임즈 등 대어급 기업들이 상장에 어려움을 겪은 배경에도 ‘IPO 감리’가 있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여기에다 IPO 감리 완화가 투자자 보호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반박도 만만치 않다. 고민이 깊어진 금융 당국은 다음달 IPO 감리 개선 방안을 내놓는다.

24일 한국공인회계사회 등에 따르면 상장예비기업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지정하는 감사인을 통해 1차로 감사를 받아야 한다. 이후 공은 회계사회로 넘어간다. 회계사회는 상장예비기업의 60% 정도를 표본 추출해 감리한다. 회계위반 사유에 대한 제보가 있거나 의심이 가는 기업은 무조건 감리 대상에 들어간다. 회계상 미심쩍은 부분이 없다면 순전히 ‘운’에 따라 감리 여부가 결정되는 셈이다.

지난해 카카오게임즈가 ‘운이 없었다’는 뒷말이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상장을 철회했다. 회계사회에서 진행하던 감리 소명 절차가 예상보다 길어진 데다 하반기 증시 침체가 겹쳤기 때문이다. ‘IPO 대어’로 꼽혔던 카카오게임즈의 상장이 물 건너가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IPO 시장이 얼어붙었다는 말까지 나왔다. 카카오게임즈는 올해 상장을 재추진하고 있다. IPO 감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던 금융위는 고민에 빠졌다.

당초 금융 당국은 감리 대상에 상장예비기업 전체를 넣는 걸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는 감리 부담을 놓고 볼멘소리가 나오자 재검토에 들어갔다.

상장예비기업 감리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찬반이 갈린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투자 위험성에 따라 시장을 세분화했으니 책임은 투자자 몫”이라며 “상장예비기업 전부를 감리할 필요성은 못 느끼겠다”고 했다. 남기권 중소회계법인협의회장도 “회계사가 검토한 것을 불신해 감리를 강화하는 것 아니냐”며 감리 강화에 부정적이다.

이와 달리 황인태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상장폐지가 되면 투자자가 막대한 손해를 본다”며 “감리를 부드럽게 하거나 완화하는 것만이 답은 아니다”고 했다.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IPO 감리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규안 숭실대 회계학과 교수는 “상장예비기업은 상장을 전제로 하니 상장법인에 준하는 감리를 해야 한다”며 “(회계사회가 아니라) 책임을 질 수 있는 금융감독원이 감리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금융위는 다음달 중에 IPO 감리를 포함한 감리 선진화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상장 전에 회계감독을 강하게 해야 한다는 견해와 지정감사인제도가 있으니 상장 후에 해도 된다는 의견 모두 일리가 있다”며 “절충안을 고민 중이다. 어느 쪽이 됐든 보완 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