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손학규 퇴진 위해 싸우겠다”

입력 2019-04-24 18:50 수정 2019-04-24 23:31
2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본청 의사과에서 바른미래당 오신환, 유의동, 유승민, 지상욱 의원(사진 왼쪽부터)이 바른미래당의 사개특위 사보임 서류 접수를 저지하기 위해 의사과 앞에서 기다리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24일 당 지도부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법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반대 의사를 밝힌 오신환 의원을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에서 교체하려 하자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손학규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의 퇴진을 위해 싸우겠다”고 말했다. 창당 주역인 유 의원이 손 대표 퇴진운동에 가세하면서 바른미래당 내홍은 내전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유 의원은 오후 늦게 당 지도부가 오 의원 사임계를 제출하려 한다는 소식이 들리자 오 의원을 비롯한 바른정당계 의원들과 함께 국회 의사과 앞에 모여 사임계 제출 저지에 나섰다. 유 의원과 바른정당계가 집단 행동에 나선 것은 창당 이후 처음이다.

유 의원은 “어제 의총에서 (여야 4당 합의안 추인에 대한) 표결 직전까지 어떤 이유에서든 사·보임해선 안 된다고 분명히 말했고 김 원내대표가 ‘그렇게 안 하겠다’고 분명 여러 번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원내대표가 같은 당 의원들 앞에서 한 약속을 하루 만에 뒤집는 건 민주 정당에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 문제는 묵과할 수 없다. 김 원내대표가 책임을 지고 그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지도부 거취에 대해 말을 아껴왔지만, 어제와 오늘 진행 상황을 보면서 지도부가 더 이상 당을 끌고 갈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며 지도부의 즉각 퇴진을 요구했다. 오 의원도 “김 원내대표가 어떤 의도로 당을 이렇게 분탕질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시정잡배도 아니고”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당 지도부는 바른정당계 의원들의 강력 반발에 이날은 의사과에 오 의원 사임계를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 김 원내대표는 JTBC에 출연해 “민주 정당에서 오랜 토론 끝에 나온 결론에 승복하지 못하는 모습이 안타깝다”며 바른정당계를 비판했다.

앞서 유 의원 측근인 지상욱 의원과 안철수 전 의원 측근인 이태규 의원도 손 대표와 김 원내대표 퇴진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손 대표 퇴진을 위한 탄핵 절차에 돌입하는 것은 물론 김 원내대표 불신임을 위한 의총 소집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두 의원을 포함해 의원 10명의 소집 요구에 따라 바른미래당은 26일 의총을 열기로 했다. 지난 18일 안 전 의원 측 지역위원장 등 90여명이 손 대표 사퇴를 촉구한 데 이어 유 의원까지 가세하면서 ‘손학규 지도부’의 입지가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손 대표를 중심으로 한 국민의당계와 바른정당계 간 신경전이 계속되면서 당내에선 분당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도 연출됐다. 이혜훈 의원은 CBS라디오에서 당 정체성과 관련해 “보수와 진보는 각기 다른 방향을 달리는 두 마리의 말인데 동시에 끌고갈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준석 최고위원도 “분당 가능성은 솔직히 말해 반반”이라며 “유 의원 팬클럽 행사가 있는 27일까지 고민의 시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선 이형민 심우삼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