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24일 당 지도부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법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반대 의사를 밝힌 오신환 의원을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에서 교체하려 하자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손학규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의 퇴진을 위해 싸우겠다”고 말했다. 창당 주역인 유 의원이 손 대표 퇴진운동에 가세하면서 바른미래당 내홍은 내전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유 의원은 오후 늦게 당 지도부가 오 의원 사임계를 제출하려 한다는 소식이 들리자 오 의원을 비롯한 바른정당계 의원들과 함께 국회 의사과 앞에 모여 사임계 제출 저지에 나섰다. 유 의원과 바른정당계가 집단 행동에 나선 것은 창당 이후 처음이다.
유 의원은 “어제 의총에서 (여야 4당 합의안 추인에 대한) 표결 직전까지 어떤 이유에서든 사·보임해선 안 된다고 분명히 말했고 김 원내대표가 ‘그렇게 안 하겠다’고 분명 여러 번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원내대표가 같은 당 의원들 앞에서 한 약속을 하루 만에 뒤집는 건 민주 정당에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 문제는 묵과할 수 없다. 김 원내대표가 책임을 지고 그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지도부 거취에 대해 말을 아껴왔지만, 어제와 오늘 진행 상황을 보면서 지도부가 더 이상 당을 끌고 갈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며 지도부의 즉각 퇴진을 요구했다. 오 의원도 “김 원내대표가 어떤 의도로 당을 이렇게 분탕질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시정잡배도 아니고”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당 지도부는 바른정당계 의원들의 강력 반발에 이날은 의사과에 오 의원 사임계를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 김 원내대표는 JTBC에 출연해 “민주 정당에서 오랜 토론 끝에 나온 결론에 승복하지 못하는 모습이 안타깝다”며 바른정당계를 비판했다.
앞서 유 의원 측근인 지상욱 의원과 안철수 전 의원 측근인 이태규 의원도 손 대표와 김 원내대표 퇴진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손 대표 퇴진을 위한 탄핵 절차에 돌입하는 것은 물론 김 원내대표 불신임을 위한 의총 소집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두 의원을 포함해 의원 10명의 소집 요구에 따라 바른미래당은 26일 의총을 열기로 했다. 지난 18일 안 전 의원 측 지역위원장 등 90여명이 손 대표 사퇴를 촉구한 데 이어 유 의원까지 가세하면서 ‘손학규 지도부’의 입지가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손 대표를 중심으로 한 국민의당계와 바른정당계 간 신경전이 계속되면서 당내에선 분당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도 연출됐다. 이혜훈 의원은 CBS라디오에서 당 정체성과 관련해 “보수와 진보는 각기 다른 방향을 달리는 두 마리의 말인데 동시에 끌고갈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준석 최고위원도 “분당 가능성은 솔직히 말해 반반”이라며 “유 의원 팬클럽 행사가 있는 27일까지 고민의 시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선 이형민 심우삼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