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그린 뱅크’ 열풍… ‘착한 기업’되려면 친환경 잡아라

입력 2019-04-24 19:20 수정 2019-04-24 21:11

은행들이 ‘그린 뱅크’로 옷을 갈아입고 있다. 친환경 금융상품을 내놓고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지원하는가 하면 업무용 차량을 전기차로 바꾸기까지 한다. 미세먼지로 환경 문제에 한층 민감해진 사회 분위기에 맞춰 ‘친환경’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친환경’이 ‘착한 은행’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해줘 장기적으로 수익 창출에 도움을 준다고 진단한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KB맑은하늘적금’이라는 독특한 상품을 내놨다. 종이통장을 만들지 않거나 KB국민카드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최대 1% 포인트의 금리를 얹어준다. 3년 만기 기준으로 연 3.1% 금리를 챙길 수 있는 것이다.

신한은행은 2017년부터 태양광발전시설 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태양광플러스 기업대출’을 운영 중이다. 최대 20억원을 대출해준다.

우리은행은 연말까지 본점의 업무용 휘발유 차량 가운데 30%를 전기차로 바꿀 예정이다. KEB하나은행과 IBK기업은행은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업을 위한 대출상품을 내놓거나 직접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주선하고 있다.

은행권에 ‘그린 뱅크’ 열풍이 부는 배경에는 ‘착한 기업 효과’가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사회적 책임을 뜻하는 ‘포용적 금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금융권도 친환경 사업에 힘을 쏟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친환경 사업이 더 이상 ‘지출’의 개념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인식 변화도 한몫한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 김녹영 실장은 24일 “과거엔 은행권 사회공헌사업이 불우이웃 돕기 수준에 그쳤는데, 지금은 사회적 가치에 투자하면 장기적으로 이익이 된다는 인식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1995년 이후 출생자인 ‘Z세대’가 가치소비에 관심이 많은 만큼 미래 고객을 확보하는 데 친환경이 효과적”이라고 분석했다.

친환경 제품에 대한 선호도도 높아지고 있다. 국제 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 한국지부에서 지난달에 만 19세 이상 1010명을 설문한 결과 ‘쓰레기 대란’을 알고 있다고 답한 비중은 95.0%에 이르렀다. 이들 중 기업의 친환경 제품을 이용할 의사가 있다고 답한 사람은 97.1%였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이미 외국에선 기업을 평가할 때 사회적 가치에 얼마나 투자하는지가 중요한 지점”이라며 “앞으로 국내 은행도 해외 진출을 위해 이런 걸 유념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