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6.4% 오른 최저임금이 저임금 근로자의 소득을 크게 높였다. 상·하위 20%의 임금 격차는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5배 이하로 줄었다. 전체 임금 근로자 가운데 임금 근로자의 비중도 20% 아래로 떨어졌다. ‘소득주도성장’의 첫 단추인 ‘소득’을 채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소득 증대가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소득이 늘면 그만큼 소비가 증가해 내수 진작, 성장률 제고로 연결된다고 봤다. 기대와 달리 소비 지표인 물가상승률은 최저임금이 더 오른 올해 들어 점점 떨어지고 있다. 소득이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선순환 구조도 요원하다. 소득주도성장의 알맹이가 빠졌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근로실태조사 결과 상위 20% 임금 근로자와 하위 20%간 격차가 4.67배를 기록했다고 24일 밝혔다. 전년(5.06배)보다 0.41배 줄었다.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08년 이후 최저치다. 중위임금의 3분의 2보다 적은 임금을 받는 저임금 근로자도 감소했다. 지난해 중위임금은 월급 기준 268만7000원이다. 이를 감안하면 월급 179만1000원 이하를 받으면 저임금 근로자다. 지난해 전체 근로자 중 저임금 근로자 비중은 전년(22.3%) 대비 3.3% 포인트 줄어든 19.0%로 나타났다. 이 비중이 20% 아래로 떨어지기는 처음이다.
여기에다 최저임금 인상이 저임금 근로자의 임금을 끌어올리면서 임금 격차를 줄였다. 지난해 최저임금은 시급 7530원으로 전년(6470원)보다 1000원 이상 급등했다. 효과는 대기업보다 임금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중견·중소기업에서 주로 나타났다. 300인 이상 기업의 정규직 임금(시급 3만3232원)을 100으로 봤을 때 300인 미만 기업의 정규·비정규직 임금은 각각 56.8%, 41.8%으로 개선됐다. 전년 대비 각각 2.5% 포인트, 1.5% 포인트 증가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분배 지표가 확실히 개선됐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저임금 근로자의 소득 증대가 경제 성장에 아직 보탬이 되지 않고 있다. 소득 증대는 내수 개선을 유발해야 하는데 내수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물가 지표는 ‘0%대 저물가’에 빠져 있다.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지난 1월 0.8%, 2월 0.5%, 3월 0.4%에 그쳤다. 임금 상승이 가격 경쟁력을 기반으로 하는 중견·중소기업의 실적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구조적 문제도 걸림돌이다.
한편 근로실태조사에서 실직자나 무직자는 빠진다는 점은 한계다. 저임금 근로자의 실직이 늘어도 임금 격차는 감소할 수 있다. 박윤수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사는 “임금 격차는 근로자만을 대상으로 판단하는 지표이기 때문에 이것만으로 분배를 말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