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에서 ‘장미꽃’으로 시즌 분산, 내년부터 ‘슈퍼 주총데이’ 없다

입력 2019-04-24 19:26

이르면 내년부터 특정 기간에 주주총회가 몰리는 ‘슈퍼 주총데이’가 사라진다. 3월 말이었던 정기 주총 시즌도 4~5월로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주주들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안건 분석시간을 제공한다는 취지다. 주총 참석자에게 소정의 선물 증정도 허용된다. 주주들의 참석을 유도하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24일 ‘상장회사 등의 주주총회 내실화 방안’을 발표했다. 기업의 최고 결정기구인 주총이 여전히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올해 정기 주총 시즌을 앞두고 주주행동주의가 떠올랐지만, ‘슈퍼 주총데이’ ‘의결정족수 부족’ 등 고질적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금융위에 따르면 올해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안건이 부결된 상장사는 183곳에 이른다. 주주들이 충분한 정보 없이 의결권을 행사해야 하는 구조에 대한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우선 금융위는 ‘깜깜이 주총’을 없애기 위해 주총 소집 시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 첨부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소집 통지 참고서류에 전년도 이사에게 지급된 실제 보수총액도 들어간다. 지금까지는 재무제표 외에 기업 성과를 평가할 정보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았다. 정보의 범위가 확대되면 주주들이 지금보다 합리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주총 소집기간도 현재 ‘주총 전 2주’에서 ‘주총 전 4주’로 연장키로 했다.

이에 따라 정기 주총이 집중되는 시기도 기존 3월 말에서 4~5월로 분산된다. 사업보고서 제출기한이 3월 말이기 때문에 기한에 임박해 보고서를 제출한 기업의 경우 주총 소집기간을 고려하면 4월 말쯤 주총을 열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개화시기가 5월인 장미를 빗대 “장미꽃 주총도 가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주총 날짜를 선착순으로 배분한다. 2017년 상장사의 70.6%는 주총이 집중적으로 열리는 ‘피크데이’ 사흘 동안 총회를 열었다. 같은 날짜에 주총이 몰리면 주주들이 참석하기 어려워진다. 대만은 하루 최대 100개 기업만 주총을 열수 있도록 인터넷으로 사전신청하는 시스템을 2015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금융위는 주총이 성립될 수 있도록 지원사격도 한다. 상장사들이 증권사로부터 주주의 이메일 주소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소액주주가 많은 소규모 상장사는 주주에게 연락해 주총 참여를 유도하는 데 한계가 많다. 주총 참석자를 대상으로 한 인센티브 제공을 법적으로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그동안에는 인센티브 허용 여부가 불투명했다. 외국에 살고 있는 주주나 외국인 주주를 위해 공인인증서 없이 전자투표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방법도 마련할 계획이다. 의결권 행사 기준일은 현재 주총 전 90일 이내에서 60일 이내로 단축한다. 이미 주식을 판 주주가 의결권을 보유하는 상황을 줄이기 위해서다.

금융위는 다음 달 공청회에서 전문가와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해 개선안을 확정한다. 유권해석 등이 가능한 과제부터 신속히 처리하고, 법 개정사항은 올해 안에 추진한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