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는 봄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는 이들이 있다. 바로 꽃가루 알레르기 환자들이다. 가뜩이나 미세먼지로 예민해진 코와 기관지가 봄철에 흩날리는 꽃가루에 자극을 받아 고통을 가중시키는 까닭이다.
봄철 꽃가루는 알레르기 증상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다. 이형구(사진·대치가원한의원 원장) 전 경희대한의대 한방내과 교수는 28일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다면 꽃가루와 유사한 단백질구조를 가진 과일을 먹을 때도 알레르기증후군을 겪을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우리나라에서 봄철에 문제가 되는 꽃가루는 자작나무, 참나무, 소나무, 버드나무 등과 같은 수목이 옮기는 풍매화(風媒花·바람결에 꽃가루받이를 하는 식물)다. 알레르기 소질이 있는 사람이 이들 나무가 많은 곳을 드나들 때는 가급적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물론 귀가 후에도 세수나 샤워를 통해 얼굴과 몸에 붙은 꽃가루와 미세먼지 등을 잘 제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옷도 다른 옷으로 갈아입는 것이 좋다. 자칫 알레르기 비염과 결막염, 천식 증상이 차례로 나타나는 ‘알레르기 행진’을 자초하는 빌미가 될 수도 있어서다.
먼저 요즘 거의 매일 아침마다 재채기를 자주 하며 코를 비비고, 콧물 때문에, 또는 코가 막혀서 코를 훌쩍거리거나 킁킁거리고 있다면 알레르기 비염이 의심된다. 맑은 콧물과 재채기, 코 막힘 증상은 대개 아침 기상 시 혹은 알레르기 유발 원인 물질 접촉과 동시에 발작적으로 발생한다.
이 전 교수는 “갑갑한 나머지 코를 수시로 만지는 바람에 코 점막이 쉽게 붓고 모세혈관도 약해져 코피를 자주 흘릴 수 있다”며 “매일 저녁 체온 정도의 생리식염수로 코를 세척해주면 비염 증상을 어느 정도 완화시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알레르기 결막염 환자들은 눈이 가렵고 자꾸 눈물이 나면서 이물감이 느껴지고 눈알도 붉어지는 증상을 겪는다. 꽃가루와 미세먼지에 노출된 눈이 이상 반응을 보이는 경우다. 발병 시 미루지 말고 전문의를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알레르기 천식은 갑자기 숨쉬기가 어렵고 숨을 쉴 때 쌕쌕거리는 소리가 들리거나 발작적으로 기침을 하게 되는 병이다. 대부분 집 먼지 진드기와 개나 고양이의 털 등에 의해 발작을 일으키지만, 봄철 꽃가루 접촉으로 증상이 심해지는 경우도 적지 않아 주의가 필요하다.
봄철 알레르기 반응 예방수칙은 간단하다. 알레르기 항원 노출을 최대한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문제를 일으키는 항원을 피하는 방법이라 해서 의사들은 이를 알레르기 항원 회피요법이라 부른다.
이 전 교수는 “여기에다 인체의 저항력인 ‘정기(精氣)’를 보강하는 방식으로 알레르기 면역력을 키우고, 침술과 뜸, 부항 치료를 병용해 기혈순환을 조절해주면 알레르기 억제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기수 쿠키뉴스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