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출범 후 세 번째 추가경정예산안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 추경은 작지만 세다. ‘세입 경정’을 하지 않아 6조7000억원 모두를 중앙정부 사업에 쓸 수 있다. 순지출 규모로는 금융위기 이후 최대다. 정부는 재정건전성과 연내 집행을 고려해 최대한 쥐어짰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갈수록 나빠지는 경기 흐름에 맞서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9조원 안팎의 추경을 권고했었다. 여기에다 국회 통과 속도도 우려를 키운다. 정부는 추경이 성장률을 0.1% 포인트 높인다고 추산하는데, 국회 통과 시점이 늦어질수록 성장률 높이기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24일 국무회의를 열고 6조7000억원(경기 대응 4조5000억원, 미세먼지 대책 1조5000억원, 안전투자 7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의결했다. 올해 예산 470조원에 추가로 나랏돈을 더 쓰겠다는 것이다. 당초 예상과 달리 덩치가 줄었지만 정부가 쓸 수 있는 순지출 규모로는 2009년 이후 가장 크다. 통상 추경은 세입 경정(세수 보전)을 같이 한다. 추경의 일부 금액을 세입 경정과 그에 따른 지방교부금 정산, 국채 상환 등에 쓰는 것이다. 이에 추경에서 실제 정부가 쓸 수 있는 돈은 절반 아래로 줄어든다. 2009~2017년 시행된 추경(11조~28조원 규모)의 경우 세입 경정으로 순지출은 5조~17조원에 불과했다.
정부는 추경의 효과로 경제성장률이 0.1% 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꺾이고 있는 경기에 대응하기엔 규모가 작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올해 추경은 세수 여유가 없어 ‘빚내기’가 불가피하다. 정부는 바이백(국채 조기 상환) 한도를 사용하지 않고 적자국채 한도를 최소한으로 늘려 3조6000억원 국채 발행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국가채무 비율은 38.2%에서 39.5%로 올라간다. 재정건전성을 해치지 않기 위해 40% 안팎이라는 경계선을 유지한 셈이다.
또한 이번 추경은 사업 내용에서 한계를 노출한다. 올해 예산이 국회를 통과한 지 4개월밖에 안 된 상태에서 연내 집행이 가능한 사업을 다시 찾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다. 정부 안팎에서는 추경 규모를 키워도 채울 사업이 없다는 고민이 흘러나왔다. 결국 정부가 재정건전성 유지와 연내 집행이라는 한계점 사이에서 최대한 쥐어짜낸 수치가 6조7000억원인 것이다. 차라리 올해 본예산 규모를 더 늘렸어야 했다는 아쉬움은 계속 따라붙을 수밖에 없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순지출 기준으로 봐도 경기 하강 속도를 늦추기엔 규모가 작다”며 “예산 항목도 사회간접자본(SOC) 등 정부사업보다는 복지정책 등이 많아 경기 진작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국회 통과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는 추경안 국회 통과 시점이 다음 달을 넘기면 성장률 제고 효과가 떨어질 것으로 관측한다. 문재인정부의 2017년, 지난해 추경은 국회 문턱을 넘는 데 45일이 걸렸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