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는 조 바이든(76·사진) 전 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동영상을 통해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다고 미국 언론들이 23일 일제히 보도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출마 선언이라는 정치적 이벤트를 통해 지지율을 높이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항마로 우뚝 설지, 민주당의 대선 후보군 중 한 명으로 전락할지 예측하기 힘든 상태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공식적으로 출사표를 던짐에 따라 민주당의 대선 후보 난립 현상도 종지부를 찍고 대권 레이스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대선 출마 선언을 뜸들였던 바이든은 미 국민들의 관심을 끌어모으기 위해 동영상 출마 선언을 선택했다. 바이든은 동영상에서 경제 관련 메시지와 노동조합들과의 강한 연대, 새로운 리더십에 대해 방점을 찍을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리더십을 언급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공격적인 메시지도 담을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의 초반 선거운동 전략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빼앗겼던 백인 노동자 계층 탈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1973년 1월 미국 연방 상원의원 배지를 처음 단 바이든은 오랜 기간 노동조합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왔다. 출마 선언 동영상에서 노동조합과의 연대를 강조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바이든은 29일엔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를 방문해 노동조합 관계자들을 만나는 것으로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한다.
바이든으로선 이번 대선 출마가 세 번째다. 그는 1988년과 2008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패배했다. 나이가 76세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마지막 승부다. 바이든은 2008년 민주당 경선에선 초기에 후보를 사퇴하고 버락 오바마 당시 대선 후보의 러닝메이트가 됐다.
현재까지 각종 여론조사를 종합하면 바이든은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진보의 아이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양강 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바이든이 샌더스 의원보다 조금 앞서 있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다. 23일 공개된 미국 몬머스 대학의 여론조사에서도 바이든은 27%의 지지율을 얻으며 20%의 샌더스를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바이든의 최대 강점은 풍부한 정치경험이다. 델라웨어주를 지역구로 7선의 연방 상원의원을 지냈고 오바마 대통령 재임 8년 동안 부통령을 맡았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염증을 느끼고 ‘오마바 향수(鄕愁)’에 빠진 표심이 바이든에 쏠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안정감과 높은 인지도도 바이든의 무기다.
바이든은 장점만큼이나 단점도 뚜렷하다. 고루한 이미지에다 ‘워싱턴 정치’에 닳고 닳은 인물이라는 평가가 부담이다. 최근 터져 나온 여성들에 대한 과도한 스킨십 논란도 걸림돌이다. 바이든으로부터 부적절한 스킨십을 당했다고 폭로한 여성만 7명이다. 공화당은 ‘소름 끼치는 조(Creep Joe)’라는 광고까지 만들면서 바이든을 공격하고 있다. 1942년 11월 생으로 76세의 고령이라는 점도 핸디캡이다.
바이든까지 가세하면서 민주당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인사는 19명이 됐다. 미국 언론들은 바이든 출마 선언을 끝으로 더 이상 추가 출마자가 나오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하루에만 18개의 트위터 글을 올리며 파상 공세에 나섰다. 그는 자신에게 비판적인 뉴욕타임스를 향해선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면서 “그들은 정말로 국민의 적”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납세자료 공개를 둘러싼 공방도 더욱 가열되고 있다. 미 국세청(IRS)은 민주당 소속의 리처드 닐 하원 세입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법인 납세자료 6년 치를 제출하라는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한 차례 기한까지 연기했지만 IRS가 의회의 요구를 또 묵살한 것이다. IRS가 끝까지 납세자료 제출을 거부할 경우 법적 공방이 예상된다고 CNN방송은 보도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