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불 켜진 한국 디스플레이, LG·삼성 1분기 동반 적자

입력 2019-04-25 04:03
사진=뉴시스

한국의 대표적 제조업인 디스플레이산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스마트폰 판매 부진과 중국의 거센 추격으로 세계 최상위권의 기술력을 갖춘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가 동반 부진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1분기에 132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고 24일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983억원 영업손실보다 더 커진 적자 규모다. 279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던 전 분기에 비해서도 급격히 악화한 실적이다. 증권사 전망치 평균(914억원 영업손실)도 밑도는 성적이다.

매출액은 5조878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조6752억원)보다는 4% 늘었지만 전 분기(6조9478억원)에 비해서는 15%나 감소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1분기에 6년 만에 첫 영업손실을 내면서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한 뒤 3, 4분기에는 흑자를 기록했으나 올해 들어 다시 실적 부진에 빠졌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1분기에 6000억원 이상 적자를 볼 것으로 예상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적자를 낸다면 2016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LG디스플레이와의 동반 적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2012년 7월 출범한 뒤 처음이다.

국내 디스플레이업계가 침체의 늪에 빠진 것은 액정표시장치(LCD)를 중심으로 주요 제품들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중국 업체들이 잇따라 LCD 패널 공장을 새로 돌리면서 패널 공급이 수요를 크게 웃돌았다. 시장조사 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40인치 LCD 패널 가격은 지난해 1월 95달러에서 올 3월 69달러로 급락했다. 이에 LCD 매출 비중이 전체의 80%에 달하는 LG디스플레이가 타격을 받았다.

삼성디스플레이는 OLED 주요 거래사인 애플의 스마트폰 신제품 수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데다 스마트폰 시장 자체가 역성장해 부진한 성적을 받을 전망이다. LCD 부문에서는 대형 TV용 패널 가격 하락이 올 1분기에 지속됐다.

LG디스플레이는 OLED로의 사업구조 전환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LG디스플레이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서동희 전무는 “LCD로 구현이 어려운 OLED만의 차별화된 특장점을 바탕으로 이익 기여도를 점차 높일 것”이라며 “새로운 사업 포트폴리오 구축과 효율성 극대화를 통해 내년부터는 의미있는 재무 성과를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20%를 넘어선 TV 사업 내 OLED 매출 비중을 올해 3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LCD 가격 하락과 스마트폰용 OLED 패널 수요 감소가 겹치면서 디스플레이업계의 혹한기가 예상보다 길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게다가 LCD에 이어 OLED도 중국의 굴기가 가속화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BOE와 CSOT, TCL 등 중국 업체들이 짓고 있는 OLED 공장의 생산능력이 한국의 배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과의 OLED 기술 격차도 빠른 속도로 좁혀지고 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