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소그룹으로 시작해 8000명이 넘는 제자교회로 성장한 미국 리얼라이프 미니스트리의 짐 푸트먼 목사는 이렇게 말한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거룩한 사명을 주셨다. 가서 제자 삼으라는 사명이다. 숱한 목회자들과 신학교 교수들은 제자 삼는 사명이 마치 신학교에서 훈련받은 사람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처럼 가르친다. 그러나 예수님의 명령대로라면 제자 삼는 일은 모든 신자가 해야 하는 일이다. 이 명령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회심자를 만들라는 것이 아니라 제자를 삼으라는 것이다.” 그렇다. 제자와 회심자는 하늘과 땅 차이다. 제자화 사역의 핵심가치가 담긴 말이다.
예수님의 생애를 연구해보면 3년 반 공생애 기간 중 3분의 2에 해당하는 시간을 12명의 제자에게 쏟으셨다. 수많은 무리가 주님을 따라다녔고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셨지만, 오직 12명에게 대부분의 삶을 투자하셨던 것이다.
무리 수준으로는 하나님의 나라, 주님이 부탁하신 사명을 수행할 수 없다. 무리는 자신들의 문제와 필요가 채워지면 언제든 떠날 준비가 돼 있다. 언젠가 자기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도 실망하며 떠날 사람들이다. 즉, 신앙생활의 중심이 자기 자신에게 있다.
반면 제자는 그렇지 않다. 주님의 뜻을, 갈망을, 비전을 이루기 위해 자신의 소원도, 문제도 기꺼이 내려놓는다. “아무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 이 말씀 앞에 순종한다. 신앙생활의 중심이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이런 제자들이 하나님의 나라를, 수많은 초대교회를 세웠다. 교회 성도들을 무리 수준에 머물게 하면 안 된다. 그들의 입맛만 맞춰주면 안 된다. 제자로 세워서 하나님 나라와 몸 된 교회를 함께 든든히 세우는 동역자, 동반자들이 되게 해야 한다. 그래야 예수님의 비전, 하나님 나라가 이뤄지는 것이다.
평신도들에게 사역자의 가치를 심어주기 위해 강력한 제자훈련을 시도하면 대부분이 부담스러워한다. 심지어 교회를 옮기는 일도 일어난다.
이는 건강한 셀교회로 전환하고 수많은 동역자, 리더를 세우는 데 가장 현실적인 장애물이다. 그러나 우리는 주님이 명하신 지상 대명령이기에 평신도의 제자화라는 길을 묵묵히 걸어가야 한다. 한 명의 진정한 제자를 세우는 데도 수년의 시간과 기도가 필요하지만, 기도와 인내는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 반드시 건강한 교회가 세워지며 교회와 목회자 또한 제자양육을 통해 많은 기쁨과 축복을 누리게 된다.
그 축복의 첫 번째는 교회 지도자들이 목자의 마음에 공감하는 동역자가 되는 것이다. 목회자가 겪는 고충 가운데 하나는 장로를 위시해 평신도 지도자들이 담임목회자의 영적 사역을 잘 이해하지 못해 오해와 마찰을 겪는 것이다.
제자훈련을 하면 평신도들이 목회자와 함께 영적 사역을 하는 데 전력을 쏟는다. 영혼을 돌보는 목자의 심정이 무엇인가를 이해하는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된다. 자연스럽게 동역자가 되는 것이다. 이는 목회자에게 큰 축복이요, 교회를 위해서도 소중한 자산임이 틀림없다.
두 번째 축복은 영적 지도자에 대한 신뢰와 사랑이다. 설교자로서, 심방자로서 담임 목사가 땀을 흘리는 것과 비교할 때, 제자훈련하면서 마주 앉아 함께 울고 웃으며 쏟는 땀과 눈물은 훨씬 더 진하게 평신도의 가슴으로 전달된다.
목사는 평신도 앞에 자기 자신을 적나라하게 노출하게 된다. 위선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고 적당히 굴러가고 싶어도 할 수 없다. 진실은 진실대로 전달되고 거짓은 거짓대로 전달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기 양을 예수의 제자로 만들기 위해서는 힘을 다해야 하고 집중해야 하고 희생해야 한다.
이와 같은 진솔한 자세가 사람들을 움직인다. 존경받고 싶어서 존경받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존경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사랑을 달라고 구걸할 필요도 없고 자기 권위를 세우려고 목에 힘을 줄 필요도 없다. 가만히 있어도 사랑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제자훈련을 하는 목회자가 누릴 수 있는 가슴 벅찬 축복이라 할 수 있다.
셋째, 목회은퇴가 없고 갈수록 행복한 목회자가 된다. 언젠가 기독교 잡지에 목회에서 은퇴하신 목사님의 소고가 실려 있었다. ‘은퇴하고 보니 주일이 두렵다. 이번에는 어느 교회를 가야 하나. 분명 원로목사가 된 자신을 부담스러워할 테니 다른 교회에 가야겠는데 주일이 되면 두렵다. 할 수 없이 은퇴하신 목사님들이 모여 있는 교회에 나간다. 이제야 은퇴하신 목사님들의 고충과 애환이 이해가 된다.’
진짜 제자훈련을 하는 목회자는 은퇴가 없다. 교회는 은퇴하겠지만 사역은 주님 앞에 갈 때까지 더욱 왕성해진다. 강력한 제자훈련을 통해 세워진 제자 중에는 반드시 본 교회뿐만 아니라 국내와 해외에 교회를 세우고 선교지에 파송되는 사역자들이 자연스럽게 나오게 돼 있다.
훈련받은 제자 가운데 9명이 해외선교사로 나가 사역하고 있다. 다음 달에도 제자 부부가 해외선교사로 파송된다. 예수마을셀교회의 부목사, 전도사, 사역자들은 전원이 외부에서 초빙한 사역자들이 아니라 직접 훈련해 세운 나의 제자들이다. 이들 역시 곧 교회를 세우기 위해 국내와 해외에 파송될 예정이다.
‘소그룹 셀을 통한 제자화’ 사역을 하면서 갈수록 흥분되고 기대가 된다. 이것이 평신도 제자화 사역을 하는 목회자의 축복이다. 오는 29일부터 경기도 수원 예수마을셀교회에서 시작되는 셀교회 집중심화 과정에선 이런 축복과 행복을 전국의 목회자들에게 나눌 예정이다.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