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세 어르신이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의 손발이 되어줄 장수 지팡이를 만들어 기증했다. 주인공은 충북 보은군 산외면에 사는 서재원(사진) 할아버지다. 서 할아버지는 24일 보은군청을 방문해 자신이 직접 깎아 만든 장수 지팡이 1000개를 기탁했다.
이날 기탁한 장수 지팡이는 서 할아버지가 지난해 6월부터 은행나무, 괴목나무 등 가볍고 튼튼한 나무를 선별해 밤낮 가리지 않고 열성을 다해 만든 것이다. 서 할아버지는 지팡이 만드는 기술을 따로 배우지 않았지만 평소 눈썰미가 좋고 젊은 시절 목수일을 하면서 나무 다루는 기술을 익힌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부터 장수 지팡이를 만들기 시작한 서 할아버지가 지금까지 만들어 기증한 지팡이만 3000여개에 이른다. 군은 서 할아버지의 뜻에 따라 기탁받은 지팡이를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서 할아버지는 “많이 늙어 이제 귀도 잘 들리지 않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지팡이를 만들고 있다”며 “평소 게이트볼을 하면서 하루 수㎞씩 걷는 것이 건강 비결이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지팡이를 계속 만들어 봉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상혁 보은군수는 이날 서 할아버지에게 감사패를 수여했다. 정 군수는 “장수 지팡이를 사용하는 지역 어르신들은 더욱 건강해져 행복한 장수를 누릴 것”이라며 “고령에도 불구하고 정성을 기울여 만든 지팡이를 기탁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서 할아버지는 2000년부터 주민자치 프로그램 회원들에게 짚공예를 가르치고 있다. 2011년 관광·공예 상품 공모전에 쌀항아리를 출품해 입상하기도 했다.
보은=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