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할머니, 두 삼촌과 고모, 우리 네 식구의 생활비는 어머니 혼자 일하시는 것으로는 늘 부족했고 칼부림까지 하는 삼촌의 술주정으로 집안은 늘 우울과 공포였다. 아버지의 교회개척으로 빚은 늘고 어머니도 일을 못해 우리 네 식구는 곰팡이 냄새 나는 지하 단칸방에서 겨울엔 꽁꽁 얼고 여름엔 벌레들이 기어다니는 더러운 공동화장실을 사용하며 살았다. 내성적이고 혼자 지내는 것에 익숙해졌다. 가족에 관심이 없다보니 어머니가 큰 수술을 하실 때도 별 관심이 없었고 대학 때는 OT, MT 등 학교 행사에 불참하고 항상 모자를 눌러쓰고 다녔다.
군대를 제대하고 나니 본격적으로 신앙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내 삶은 언제나 성경에서 요구하는 삶과 거리가 멀었고, 앞으로 내가 살게 될 인생에서 이 신앙을 유지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그러다 대학 캠퍼스에서 오랜 친구를 만나 한마음교회 캠퍼스 예배에 참석했다. “여러분! 제가 지금 이 자리에서 하나님이라고 주장하면 그 말을 믿겠습니까? 2000년 전 제자들은 예수님을 어떻게 하나님이라고 믿었나요?”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믿을 수 있다는 전도사님 말씀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모태신앙으로 당연히 예수님을 믿는다고 생각한 나는 ‘예수님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는 질문 앞에 바로 흔들렸다. 그리고 교회 대학생 수련회 때 ‘하나님! 지금 내 앞에 나타나서 당신을 보여주세요. 그러면 믿겠습니다.’ 기도하는데 마귀가 자신을 광명의 천사로 위장한다는 말씀이 생각났다. ‘마귀가 위장을 해서 나타난다고? 그러면 마귀와 하나님을 어떻게 구별하지?’ 역시 나는 하나님을 모르는 자였다.
교회 형에게 예수님이 실존 인물인지도 모르겠다고 하자 “그래? 그건 예수님 안 믿는 사람들도 다 아는 역사인데 너만 안 믿는 거야.” 머리가 멍해졌다. ‘아! 그래. 역사는 일어났는지 안 일어났는지 확인만 하면 그만이지. 내 생각으로 믿는 것은 아니잖아?’ 그러다 영국방송국이 제작한 ‘지저스(Jesus)’라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전문가들이 예수님의 행적을 역사적으로 고증을 하는 것을 보고 예수님의 실존과 부활이 역사적 사실임을 확신했다. 객관적인 증거로 예수님을 보니 성경대로 부활하신 예수님은 정말 하나님이셨다.
어느 날 목사님은 요한복음 16장에서 ‘예수님을 믿지 않는 죄’를 말씀하셨다. 그때 당신이 나의 주인이 되는 건 싫다고 생각했던 내 악한 중심이 보여 그대로 회개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나의 주인으로 영접했다. 그러자 놀랍게 가족에 대한 관점이 완전히 바뀌었다. ‘하나님의 뜻대로 하는 자가 모친이고 형제고 자매다’라는 말씀에 예수님의 피로 하나 된 교회공동체가 영원한 가족임을 알게 됐다. 그러니 가정도 하나님이 보내신 사역지였고, 가족도 하나님이 만나게 해주신 한 명의 영혼으로 보였다.
바로 오랫동안 왕래가 없던 친척들과 잦은 술주정과 돈 문제로 가족들을 힘들게 했던 삼촌을 찾아갔다. 건강도 잃고 비좁은 지하 방에서 지내는 삼촌에게 복음을 전하고 손을 잡고 함께 영접기도를 했다. 거의 찾아가지 않았던 큰 고모부와 고모들, 사촌동생에게 달려가 복음을 전했고 놀라운 일들이 가족들에게 일어났다. 성령의 강권적인 역사였다.
누나도 복음을 통해 믿음의 짝을 만나 결혼을 하고 캐나다로 파송돼 현지에서 작은교회를 세우고 주님이 주신 사명을 감당하고 있다. 나 또한 교회공동체 안에서 아내를 만나 우리 집을 예배장소로 개방하고 일주일에도 몇 번씩 모여 예배를 드리고 있다. 복음을 모르던 내게 부활의 증거로 예수님을 믿게 하시고 가족을 모르던 내게 영원한 가족을 얻고 풍성한 삶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한국일 집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