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종석] 은밀한 암살자, 봄철 자외선

입력 2019-04-25 03:59

남반구 최남단에 위치한 칠레의 푼타 아레나스 사람들에게 자외선차단제는 생존수단이다. 외출 시 무조건 자외선차단제를 바르며, 모자와 선글라스는 필수다.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자외선차단제를 바르도록 교육한다. 그리고 자외선이 높은 날은 운동장에서 뛰어놀기보다 실내에 머물거나 그늘에 있도록 교육받는다.

칠레에서는 왜 이렇게 자외선에 예민할까? 이유는 파괴된 오존층 때문이다. 성층권 오존이 많이 파괴된 남반구의 8월에서 12월까지는 오존층이 구멍이 뚫린 듯 얇아진다. 이 기간 강한 자외선에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에 백내장 등 안과질환을 일으킨다. 이 지역 양들은 시력을 잃고, 광합성 이상으로 식물에게도 영향을 미쳐 농작물 수확이 줄게 된다. 또한 칠레에서는 1년에 약 200명이 피부암으로 사망하기 때문에 예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자외선’은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존재다. 적당한 자외선 노출은 비타민D 생성에 도움이 되지만, 과다하게 노출하는 경우 홍반, 일광화상, 주름, 심하게는 피부암까지 유발한다. 자외선은 파장의 종류에 따라 자외선A, 자외선B, 자외선C로 나뉘는데 우리에게 영향을 주는 자외선은 A와 B다. 햇볕에 노출되어 피부와 눈에 보이는 직접적 손상을 입히는 것은 자외선B로 직접 느낄 수 있는 뜨거운 광선이다. 자외선A는 피부표면으로 느껴지는 손상이 아닌, 피부 깊숙하게 침투해 손상시키는 주의해야 하는 자외선이다. 최근에는 그늘에서도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계절에 상관없이 일정하게 내리쬐기 때문에 자외선A의 위험성이 대두되고 있다.

기상청에서는 국민의 건강한 삶을 지원하기 위해 ‘자외선지수’를 제공하고 있다. 자외선지수는 하루 중 태양이 가장 높이 떴을 때 지표에 도달하는 자외선의 양을 지수로 환산한 것으로, 자외선 위험도에 따라 낮음, 보통, 높음, 매우 높음, 위험 5단계로 나누어 제공한다. 기상청 자외선지수는 아침(06시), 저녁(18시)으로 발표되며 단계별 대응요령도 알려준다. 올해 3월부터는 자외선 B영역과 함께 A영역까지 확대해 산출한 자외선지수를 정식 서비스하고 있다. 자외선지수는 기상청 날씨누리(홈페이지)를 통해 제공되며, 기상정보를 활용하기 어려운 독거노인, 장애인 등에 대한 문자 서비스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자외선도 점차 강해지고 있다. 기상청에서 매일 발표하는 자외선지수를 확인하고 모자, 선글라스 자외선차단제 등을 활용할 때다.

김종석 기상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