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훈은 지난해 2차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16순위로 SK 와이번스에 지명됐다. 지명 당시에는 야수였지만, 지금은 주축 불펜 투수로 맹활약하고 있다. 2차 드래프트 1라운드 2순위로 삼성 라이온즈에 지명된 이학주도 잦은 실책이 문제지만, 유격수로서의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2차 드래프트 전체 1순위였던 KT 위즈 이대은도 2군으로 내려가는 등 마음고생이 심하지만, 선발 투수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이들 모두 한국 나이로 30줄에 접어든 선수들이다. 공통점이 있다. 해외에서 선수 생활을 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 리그로 돌아왔다는 점이다. 이대은은 2007년, 이학주와 하재훈은 2009년 각각 시카고 컵스 마이너리그팀과 계약을 맺고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들 모두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지 못하고 일본 독립리그 등을 거쳐 KBO 리그로 유턴했다. 특히 이대은은 2015년 일본프로야구 지바 롯데 마린스에서 9승까지 올렸고, 국가대표로도 뛰었다. 이학주도 2013년 탬파베이 레이스 40인 로스터에까지 포함됐던 유망주였다.
이들은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KBO 리그에 들어왔다. 그렇다면 신인 선수일까. 결론은 아니다. 야구규약 제105조를 보면 “신인 선수는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자로서 외국 프로 구단을 포함해 어느 구단과도 선수 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없는 선수”라고 규정돼 있다. 해외 유턴파들은 신인 드래프트를 거쳤음에도 신인 선수가 아닌 애매한 신분을 가진 것이다.
여러 가지 역차별도 받고 있다. 우선 신인왕 경쟁을 벌일 수 있는 후보 자격조차 없다. 표창 규정에는 “신인상이란 해당 연도의 정규시즌에서 신인 선수로 출장해 기능·정신 양면에서 가장 우수해 타의 모범이 되는 선수에게 시상한다”고 돼 있다. 그런데 단서 조항이 붙어 있다. “외국 프로야구 기구에 소속됐던 선수는 신인 선수에서 제외된다”라고 적혀 있다.
이것만이 아니다. 고등학교나 대학교를 졸업하고 KBO 리그에 입성한 선수 대부분은 많은 금액의 계약금을 받는다. 그러나 해외 유턴파에게 지급되는 계약금은 0원이다. 해외 구단과 계약을 맺을 당시 계약금을 받은 만큼 국내 리그에선 받을 수 없도록 했다. 또 신인 선수 신분이 아님에도 신인 선수와 똑같은 2700만원의 최저연봉을 받아야 한다. 이대은의 경우 지바 롯데 마린스 시절 약 5억5000만원을 받은 것과 비교하면 20분의 1 수준의 연봉을 받는 셈이다.
해외 유턴파 선수들이 KBO 리그에 진입하려면 2년 동안의 공백 기간을 거쳐야 한다는 규정도 있다. 이마저도 해외 구단과 계약한 지 7년이 지나야만 가능하다. 심지어 선수가 외국 구단과 계약을 체결하게 되면 해당 선수의 학교는 5년 동안 유소년 발전기금을 지원받지 못하게 하는 황당한 규정도 야구 규약에 버젓이 포함돼 있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2년 동안의 공백 기간을 거친 뒤 국내 리그에서 뛰게 되면 예전의 기량을 곧바로 발휘하기란 쉽지 않다. KBO 리그가 그리 만만한 리그가 아니기 때문이다. 설령 기량을 되찾았더라도 신인왕을 향한 희망마저 사전에 박탈하는 것은 너무나 가혹한 처사다. 계약금은 차치하고라도 30세가 넘은 선수들에게 최저 연봉을 강요하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야구규약에 명시된 해외 유턴파에 관한 규정들은 고등학교 야구선수들의 무분별한 해외 진출을 막고자 만들어졌다. 그러나 예전과 달리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선수들은 많이 줄었다. 국내 무대에서 뛰면서 포스팅 시스템이나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게 낫다는 인식들이 확산되고 있다. 또 해외 유턴파 대부분은 실패의 아픔을 여러 차례 겪은 선수들이다. 이들에게 문호를 여는 게 온당하다. 시대에 뒤떨어진 관련 규정을 대폭 정비할 때가 됐다. 신인왕 후보 자격 부여부터 시작하면 된다. 해외 유턴파들이 신인왕 경쟁에 뛰어들게 된다면 야구팬들을 경기장으로 끌어모으는 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영석 스포츠레저부 선임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