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사자후] 부녀자 가출방지기간과 청소년 게임셧다운제

입력 2019-04-26 04:03

5년 전쯤 인터넷에서는 전남 나주에 게시된 ‘부녀자가출방지기간’이라는 오래된 캠페인 플래카드 사진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기간이 4월 10일에서 4월 30일까지로 딱 이맘때다. 왜 이 시기가 부녀자들의 가출방지기간인지 이유는 확실치 않다. 그래서 그 흔적을 찾아봤다. 1968년 현재의 보건복지부에 해당하는 보건사회부가 전국적으로 이 사업을 벌였다고 한다. 또 1971년 3월 22일자 한 일간지에는 이런 글이 실렸다. 서울시가 봄철 부쩍 늘어나는 ‘무작정 상경 부녀자들’에 대응하기 위해 서울의 주요 4개 역에 설치된 ‘부녀상담소’ 기능을 강화하고, 연고지 없이 상경하는 가출 부녀자는 ‘강제수용 보호 조치’를 하겠다는 놀라운 내용이었다. 하지만 봄철에는 가출이 증가한다는 객관적 근거는 그 어디에서도 확인할 수 없었다. 다만, 봄바람이 부녀자의 마음을 흔든다는 속설이 이런 어처구니없는 정책으로 이어지지 않았는지 짐작해볼 따름이다.

부녀자들이 왜 서울에 오게 됐는지 이유를 탐색하기보다는 어쨌든 못 올라오게 만들고, 올라온 사람들은 강제적으로 수용하겠다는 발상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조치들이다. 과거 독재정부에서나 떠올릴 법한 일들이다. ‘이런 시절도 있었구나’ 하면서 웃어넘기려던 찰나에 문득 아차, 싶었다. 청소년의 건전한 게임 습관을 지원한다는 명목의 ‘청소년 셧다운제’는 40여 년 전 ‘강제수용’ 같다는 데 생각이 미쳤기 때문이다. 왜 청소년들이 심야시간에 게임을 하게 되는지에 대한 탐색이 없다는 점, 그리고 일부 PC온라인 게임들에만 적용하는 방식 등이 서울의 몇몇 역에만 설치된 ‘부녀상담소’와 판박이다. 미래 성장동력 4차산업혁명의 핵심이라는 게임에 진입장벽을 친 것도 똑 닮았다. 그 근거나 효과가 객관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는 점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갑자기 모골이 송연해진다. 나와 우리 아이들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책임과 권리를 누리며 사는 줄 알았는데 그게 착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다른 누구도 아닌 여성가족부가 ‘청소년 셧다운제’의 주체가 되었다는 점에서 놀랍기만 하다. ‘괴물과 싸우다 스스로 괴물이 될 수 있다’고 말한 니체의 경고가 떠오른다. 그러니 당장 철폐하시라. 그대들이 괴물이 아니라면 말이다.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소장·심리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