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사건 수사, ‘공적’을 아십니까

입력 2019-04-23 18:22
삽화=안세희 화백

안녕하세요? 곽준호 변호사입니다. 요즘 마약 관련해서 여론 등에서 매우 시끌시끌합니다. 이번 주는 마약 사건 관련하여 ‘공적’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보통 일반인 독자분들은 ‘공적’ 그게 뭐지, 이러시면서 용어조차 생소하실 것입니다.

마약 사건에서 ‘공적’이라는 것은 수사 협조, 즉 마약 사범들이 본인이 알고 있는 다른 마약상이라거나 마약 투약자에 대한 정보를 수사 기관에 알려주는 것을 말합니다. 물론 마약 사범들은 수사 협조를 하는 이유가 이 땅에 마약이 근절되기를 바라는 순수한 마음에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고 대가를 바라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러한 대가로 이들이 수사 기관으로부터 받는 것이 ‘공적서’라는 것입니다. 마약 사범들 같은 경우 전과가 쌓이게 되면 그저 다시는 마약에 손을 대지 않겠다는 말을 또 하는 것 외에는 일반적으로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할 것이 딱히 없고, 수사 기관으로서는 통상 점조직으로 거래가 되는 마약의 특성상 이러한 일종의 내부 고발이 없으면 수사를 하는 것이 쉽지 않기에 공적 거래가 이뤄지는 것입니다. 즉 조금이라도 형을 잘 받고 싶은 마약 사범들의 마음과 점조직으로 움직여서 검거가 힘든 마약상들을 잡아야 하는 수사 기관의 입장이 맞아떨어져서 이러한 ‘공적서를 받는 거래 시스템’이 생기게 된 것입니다. 이런 필요성 때문에 양형위원회 양형 자료에도 올라와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처럼 마약 사범들이 다른 마약 사범들에 대한 정보를 주고 공적서를 받는 과정에서 다양한 문제점들이 발생하게 됩니다. 첫 번째는 이러한 공적을 사고파는 문제입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마약 사범들은 돈은 없지만 마약 사건 정보가 많은 사람들로부터 수사에 참작될 수 있는 정보를 돈을 주고 사게 됩니다.

두 번째는 공적 시스템을 악용하는 사례입니다. 실제로 있지도 않은 범죄 사실이나 평소에 원한이 있었던 지인에게 있지도 않은 마약 범죄가 있었다고 수사 제보를 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경우 대부분 수사 기관에서 걸러지게 되지만 그래도 거짓 제보를 당한 사람이 마약 전과가 있고 여러 다른 정황들이 우연히 겹치면 유죄 판결이 나오지 말란 법도 없습니다.

세 번째는 경찰과 마약 범죄자 사이의 친밀한 관계(?)가 형성되는 부작용도 있습니다. 수사 기관에 연을 대고 수사 기관에 마약 사건을 제보하는 사람을 ‘야당’이라고 하는데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해야 하는 수사 기관이 특정 마약 범죄자와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러한 사람들을 특정하는 용어가 생길 정도이니 암암리에 활약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곽준호 변호사

마약 범죄는 한 번 빠지면 두 번 다시 빠져나올 수 없는 무섭고 끔찍한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외국의 여러 나라들에 비해서 그래도 마약 청정국이라는 말을 듣습니다만 요즘은 클럽 등을 중심으로 엑스터시나 필로폰 등 마약이 번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런 현실에서 마약 범죄를 막기 위해 일선에서 애쓰는 여러 수사 기관 관계자님들께 경의를 표합니다. 정말 수고 많으십니다. 저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늘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실적 위주의 수사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곽준호<법률사무소 청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