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자구책 없는 예산 지원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입력 2019-04-24 04:03

정부가 고용위기지역에 이어 산업위기 대응 특별지역 8곳의 지정 기한을 연장한다. 다음 달부터 2년간 중소기업 긴급경영안정자금을 비롯한 각종 지원금이 투입된다. 조선업 위기가 불러온 지역경제 침체가 해소되려면 시일이 걸린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하지만 정부의 ‘예산 쏟아붓기’가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도움을 주는지는 ‘물음표’다. 정부는 지난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가며 1년간 고용·산업위기지역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지만 조선업 체질 개선은 요원한 상황이다(국민일보 4월 17일자 1면 보도). 대형 조선사의 수주 실적은 나아지고 있지만, 중견·중소 조선사에까지 온기가 돌기에는 한계가 있다. 기업의 자구책이 없이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다음 달 29일 만료되는 산업위기 대응 특별지역의 지정 기한을 2년 연장했다. 대상 지역은 울산 동구, 경남 창원 진해구, 경남 거제시, 경남 통영시, 경남 고성군, 전남 목포시, 전남 영암군, 전남 해남군이다. 해남군을 제외한 7곳은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지역경제의 주력이 조선업이라는 점도 같다.

지원 기한이 연장되면서 각 지역의 예산 지원도 연속성을 갖게 됐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중소기업의 자금 유동성 확보를 위해 정책자금 1500억원을 투입하는 식으로 ‘심폐 소생’에 나섰다. 법인·소득세 5년 감면과 같은 세제 지원 카드도 동원했다. 조선업계가 자활할 수 있도록 금융 기반을 제공한 것이다.

단순 지원 외에 산업위기 대응 특별지역 지원의 또 다른 한 축인 ‘체질 개선’도 이어진다. 다만 예산 투입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다. 지난해 추경으로 조선해양분야 특화 연구·개발(R&D), 중형 선박 설계경쟁력 강화 R&D 지원 등을 진행했지만 이렇다 할 결과물은 아직 없다.

대표적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꼽히는 ‘액화천연가스(LNG)선’ 수주 효과가 대형 조선사에 집중된다는 점도 뼈아픈 대목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LNG선을 수주한다고 해도 중견 조선업체 5곳과 70여곳의 중소 조선업체에는 거의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체질 개선’ 관련 예산이 허투루 쓰였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고용노동부의 고용위기지역 지원사업 중 기업 인재육성을 돕는 ‘사업주 직업훈련지원’이 의혹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지난 2월 기준으로 3983개 업체에 102억800만원을 지원해 7만9347명이 직업훈련 혜택을 받았다. 하지만 고용위기지역에서는 계속 인재난을 호소한다. 고용부는 고용위기지역 지정 기한을 1년 연장하면서 인재 유출을 이유로 꼽기도 했다. 권혁 부산대 로스쿨 교수는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지원 대상을 면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며 “특단의 대책인 만큼 무분별하게 재정이 남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