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세입자 죽음 다시 없도록… 단독주택 재건축도 보상

입력 2019-04-23 19:01
김성보 서울시 주택기획관이 23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단독주택 재건축 세입자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시가 단독주택 재건축 세입자에게도 재개발 사업처럼 손실을 보상해주는 대책을 시행한다. 규제 사각지대에서 철거로 내몰리는 세입자들이 없도록 보호한다는 취지다.

서울시는 세입자 손실보상 의무화, 임대주택 지원 등을 골자로 하는 ‘단독주택 재건축 세입자 대책’을 23일 발표했다. 그동안 단독주택 재건축 구역에 살고 있는 세입자들은 보상도 없이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불안감에 시달려왔다. 지난해 12월 4일 강제철거를 비관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박준경씨가 거주하던 곳도 아현2구역으로 단독주택 재건축 구역이다.

도로기반시설 개선까지 이뤄지는 공익사업 성격의 재개발과 달리 단독주택 재건축은 민간 중심이어서 개발이익이 우선시된다. 두 사업 모두 세입자 입장에서 보면 삶의 터전을 이전해야 하는 상황은 같지만 보상 대책은 크게 다르다.

재개발의 경우 세입자에게 주거이전비 등 손실 보상비를 지급해야 하고 임대주택도 공급해야 한다. 반면 단독주택 재건축의 경우 2014년 8월 제도 자체가 폐지되면서 보상 근거도 없는 상태다. 사업시행자가 세입자에게 퇴거를 조건으로 보상하고 싶어도 사업비를 임의 사용할 수 없어 결국 사업이 지연되기도 한다. 현재 세입자 보상이나 임대주택 공급과 관련한 단독주택 재건축 관련 법안들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제도 폐지 이후 신규 지정된 구역은 없지만 문제는 이전에 지정된 66개(착공 이전 단계) 구역에 대한 사업이 이미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특히 착공 이전 단계는 49개 구역으로 4902가구가 아무런 보상 없이 내몰릴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는 법 사각지대에 놓인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해 행정권한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먼저 용적률 인센티브를 적용한다. 사업시행자가 세입자 손실보상을 하면 그에 준하는 용적률(10% 이내)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이다. 용적률 상향이 어려운 경우에는 층수 완화, 용도지역 변경 상향 등의 혜택을 적극적으로 준다. 강제할 수 있는 규정은 아니지만 정비계획의 최종 결정권한이 시장에게 있는 만큼 세입자 대책을 인가조건으로 부여해 시행자의 보상을 유도한다.

안정적인 보금자리도 공급한다. 서울시는 단독주택 재건축 구역 내 임대주택 물량 중에서 매입형 임대주택(행복주택)을 이들에게 공급하고, 타 재개발 임대주택 중 남은 물량을 활용해 제공한다. 재건축 세입자의 보증금과 임대료, 임대기간은 재개발 지역 철거 세입자와 동일하게 적용받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세입자에게 주거문제는 바로 오늘 당장의 일”이라며 “시 차원에서 즉시 시행 가능한 대책을 통해 주거취약계층의 삶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