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국내 미개봉 할리우드 영화 소개를 비롯한 자사 인터넷TV(IPTV) 콘텐츠 보강 방안을 발표했다.
넷플릭스와 월트디즈니 등 해외 주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자의 국내 미디어 시장 공략이 본격화되자 원조 IPTV 사업자로서 콘텐츠 경쟁력 확보에 나선 것이다.
KT는 23일 서울 광화문 KT에서 가입자 800만 돌파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영화·키즈·시니어 콘텐츠 보강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KT는 국내 영화관에서 개봉하지 않은 미국 할리우드 영화를 VOD(주문형비디오) 형태로 판매하는 ‘올레 tv 초이스’ 서비스 개시를 강조했다. KT는 올레 tv 초이스 서비스 제공을 위해 워너 브러더스, 소니픽쳐스, NBC유니버설, 브에나비스타 인터내셔널, 파라마운트픽쳐스, 이십세기폭스 등 할리우드 6대 메이저 스튜디오와 손잡았다. 영화감독, 유튜버 등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엄선한 국내 미개봉 할리우드 영화를 매주 1편씩 업데이트해 올해 말까지 총 30여편을 제공할 예정이다.
영화 콘텐츠는 국내 IPTV 업계가 넷플릭스 등 해외 OTT에 비해 특히 열세를 보인 분야다. 전체 콘텐츠 수는 IPTV(20만개 이상)가 넷플릭스(2만개 추정)를 압도하지만, IPTV 콘텐츠가 대부분 지상파 드라마 예능 콘텐츠에 그친 데 반해 넷플릭스는 영화와 자체 제작 콘텐츠 비중이 훨씬 높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KT가 할리우드와 손잡고 해외 OTT 업체 견제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앞서 넷플릭스가 주도하고 있는 글로벌 OTT 시장에 디즈니와 애플 등이 참전을 선언하면서 국내 미디어 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졌다. 해외 OTT 업체들의 국내 진출이 본격화되면 IPTV 가입자들이 OTT로 옮겨가는 ‘코드 커팅’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KT 미디어상품담당 최광철 상무도 “(OTT와 IPTV의) 콘텐츠 경쟁 본격화 이후엔 (시장 상황이) 어떻게 될지 예측이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KT는 당장 OTT와 경쟁하기보다는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 상무는 “넷플릭스·디즈니 OTT 등은 IPTV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는 보완재”라며 “아직은 코드커팅이 일어날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일단 국내 업체들과 손잡는 방안을 우선하고 있지만, 해외 OTT와의 협력 가능성도 열어놓고 협의하겠다”고 설명했다. 당분간은 국내 IPTV 업체 간 경쟁에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