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가 유권자 수만 1억9300만명에 이르는 대규모 선거를 단 하루 만에 치르면서 과로로 목숨을 잃는 투표 관리 인력이 속출하고 있다. 산악 오지로 투표함을 실어나르던 경찰도 교통사고로 곳곳에서 목숨을 잃었다.
인도네시아 선거관리위원회(KPU)는 지난 17일 선거 이후 22일까지 목숨을 잃은 투표관리원이 91명에 달한다고 집계했다고 자카르타포스트가 23일 보도했다. 건강에 이상이 생겨 치료를 받는 투표관리원도 374명이나 됐다.
투표관리원들은 선거기간 휴식시간도 없이 평균 20시간을 일했다. 부정선거 우려 때문에 투표 시작부터 개표 종료까지 투표소를 떠나지 못한 것이다. 특히 재검표가 진행된 투표구에서는 선거일 새벽부터 다음 날 낮 12시까지 투표 관리와 개표에 매달려야 했다. 특히 이번 선거는 사상 처음으로 대선과 총선, 지방의회 등 총 5개의 크고 작은 선거가 동시에 치러지면서 그만큼 업무량이 늘었다고 현지 매체 바이스는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몸이 약하거나 지병이 있는 투표관리원들이 쓰러지는 일이 속출했다. 수마트라섬 중동부 리아우주 투표소에서는 선거 다음 날 새벽 개표작업을 하던 투표관리원 한 명이 뇌졸중으로 쓰러져 숨졌다. 리아우지역 다른 투표관리원은 지난 20일 탈진 증세를 호소하다 입원했으나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리아우주 KPU 소장 알 마우시는 “선거를 준비하느라 오랜 시간 고생하다가 탈진해 죽은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과중한 업무에도 불구하고 투표관리원들의 급여는 하루 50만 루피아(약 4만원)에 불과했다. KPU는 지난해 투표관리원을 생명보험에 가입시켜야 한다고 의회에 요청했으나 묵살당했다.
선거기간 숨진 경찰도 15명으로 집계됐다. 오지에 투표함을 전달하다 사고를 당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인도네시아는 전국에 투표소 81만곳을 설치했는데, 이 중 상당수가 접근하기 어려운 오지에 설치됐다. 인도네시아 경찰은 고속정, 헬기, 비행기, 코끼리까지 동원해 투표함을 실어 날라야 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이번 선거를 계기로 투표관리원들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