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보험사기 적발액 8000억 ‘역대 최고’… 설계사·자동차 정비업체 직원 등이 주도

입력 2019-04-23 19:17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 금액이 8000억원에 육박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보험설계사와 자동차 정비업체 직원 등이 보험사기를 주도하고, 조직화·대형화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 금액이 7982억원으로 전년 대비 9.3% 늘었다고 23일 밝혔다. 전체 적발 금액 가운데 손해보험 사기가 7238억원으로 90.7%를 차지했다.

장기손해보험 관련 적발 금액은 처음으로 자동차보험을 앞질렀다. 그동안 자동차보험 사기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해왔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자동차보험 사기 비중이 지속적으로 줄면서 지난해 41.6%로 낮아졌다. 반면 장기손해보험 사기 비중은 2015년 37.1%에서 지난해 44.6%까지 늘었다. 허위(과다) 진단·수술을 받고 보험금을 청구하는 수법의 보험사기가 많아진 것이다.

A한방병원은 진료기록 등을 조작해 보험금 32억원을 받아냈다가 덜미를 잡혔다. 이 병원은 공진단 등 보양 목적의 한약을 처방하고는 보험 적용이 가능한 의료 항목으로 진료기록부를 허위 작성했다. 환자의 입원기간, 납부 금액을 부풀리기도 했다. 치료비용을 전액 보험 처리할 수 있고 보험료보다 더 많은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며 환자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했다. 여러 보험설계사와 이들의 가족, 지인이 동반 입원하며 범행에 가담했다.

이처럼 보험설계사 등 종사자의 사기 가담이 꾸준히 늘고 있다. 보험사기로 적발된 보험설계사와 자동차 정비업체 직원은 2016년 1926명에서 지난해 2366명으로 증가했다. 금감원은 “관련 종사자들의 보험사기가 최근 3년 동안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등 보험사기가 조직화·대형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1인당 평균 적발 금액도 2016년(870만원)보다 140만원 늘었다.

금감원은 보험사기 근절을 위해 적극적 제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험사기가 증가하면 보험사가 지급하는 보험금이 늘기 때문에 전체 보험 가입자의 보험료가 오를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해 4981건의 제보를 받아 포상금 23억9000만원을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