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고성산불의 원인 규명을 위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강원지방경찰청은 23일 오전 한국전력공사 속초지사와 강릉지사 2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경찰은 산불 원인과 관련한 사고 전신주의 설치와 점검, 보수 내역 등 서류 일체를 압수해 분석할 방침이다.
한전 속초지사는 발화지점으로 지목되는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주유소 인근 전신주를 관리하고, 강릉지사는 24시간 지능화 시스템 등 배전센터의 설치·운영 책임을 맡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찰은 압수물 분석과 함께 한전 관계자 등을 참고인 등으로 소환해 과실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앞서 경찰은 지난 19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전신주의 특고압 전선이 바람에 떨어져 나가면서 발생한 ‘아크 불티’로 인해 산불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는 감정 결과를 회신받았다.
강원도와 동해안 시·군들은 피해 복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강원도는 고성과 속초, 강릉, 동해, 인제까지 5개 지역 산불피해 농가에 대한 긴급 영농지원에 나섰다. 도는 트랙터 등 48대의 농기계와 지원인력 16명을 피해 지역에 긴급 투입한다. 본격적인 영농이 시작되면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강원도농산물원종장과 감자종자진흥원 등이 보유한 종자도 지원한다. 지원하는 종자는 벼 272t, 씨감자 38t, 옥수수 등 1.2t이다. 박재복 도 농정국장은 “피해 농가의 농업경영 안정화를 위해 종자 보급과 장비 지원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동해시는 망상오토캠핑리조트를 중심으로 산불 피해 복구에 나섰다. 망상오토캠핑리조트는 이번 산불로 숙박시설 20동 50실과 부대시설 18동이 전소되고, 소나무숲 7ha가 잿더미가 됐다. 시는 생존 가능한 소나무 500여 그루를 제외한 나머지 4600여 그루를 모두 베어내기로 했다. 굵기가 30㎝ 이상인 소나무는 동해안 산불 피해에 대한 아픔을 기억하기 위해 리조트 복구 시 내외장재 등 건축자재로 재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동해시 관계자는 “본격적인 피서철 전에 해변을 재정비할 수 있도록 산불 피해지역을 신속히 정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주택 550채가 불에 탄 고성과 속초에서도 피해 복구가 이뤄지고 있다. 속초에선 지난 17일부터 주택·시설물 철거작업이 진행 중이다. 시는 3개반 6개팀으로 재난시설 철거 전담반을 구성해 이달 말을 목표로 철거작업을 펼치고 있다. 고성군은 24일부터 피해 주택에 대한 철거에 돌입할 예정이다. 고성군 관계자는 “시설물 설치 등 복구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작업 기간을 최대한 단축하겠다”고 말했다.
동해=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