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분수가 사방으로 퍼지며 만들어내는 무지개가 연상되는 작품이다. 자세히 보면 아주 가는 실들이 무수히 겹쳐져 있다. 빛의 스펙트럼 효과를 내는 이 설치 작품은 멕시코 출신 가브리엘 다우의 ‘플렉서스 No.40’(사진)이다.
지난해 9월 개관한 인천 영종도 복합리조트 파라다이스시티 내 파라다이스 아트스페이스가 올해 자체 기획전으로 ‘프리즘 판타지: 빛을 읽는 새로운 방법’전을 갖고 있다. 빛의 4가지 특성인 반사, 무한, 스펙트럼, 환상을 주제로 세계적인 설치작가 11명의 작품 25점을 선보이는 대규모 그룹전이다.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 터바인홀 전시로 유명해진 덴마크의 올라퍼 엘리아슨, 동아일보 사옥 외벽을 장식해 친근해진 프랑스 작가 다니엘 뷔렌, 빛의 무한함을 표현하는 칠레의 이반 나바로, 베니스비엔날레에 진출했던 한국의 이불과 이용백 등 작가의 유명세만으로도 구미가 당기는 전시다.
각각의 빛의 특성이 만들어내는 작품들은 일단 환상적이어서 시각적인 즐거움을 준다. 관객 참여형 작품이 많아 재미도 있다. 미국 작가 다니엘 로진의 ‘펭귄 거울’은 센서와 모터에 의해 작동하는 인터랙티브 아트 작품이다. 수백 마리 펭귄 인형이 무대 위에 있는데, 관객이 그 앞을 지나면 펭귄들이 일제히 하얀 배를 보이며 돌아선다.
가브리엘 다우는 지난 1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작품에 대해 “어떤 소재를 할까 고민하다가 고체도, 가스도 아닌 자수의 실을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불은 평면 속에 이미지가 무한 반복되는 작품을, 이용백은 뭔가 깨지는 이미지를 담은 영상에 특수 거울을 입혀 마치 거울이 깨지는 효과가 나는 작품을 내놨다.
대중의 눈높이에는 하나하나 신기하긴 하지만, 거의 대부분이 구작이어서 자체 첫 기획전으로는 아쉽다.
영종도=글·사진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