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배에 다시 오르라

입력 2019-04-25 00:04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죽으신 순간, 제자들은 두려움에 다 흩어졌습니다. 예수님께서 ‘사람을 낚는 어부’라 부르셨던 베드로와 제자들은 실패와 절망의 마음으로 갈릴리(디베랴)호숫가로 돌아갔습니다. 절망 속에서 물고기를 잡고 있던 순간,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호숫가로 제자들을 찾아가셔서 부르십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왜 갈릴리로 제자들을 흩어지게 하셨고 찾아가셨으며 부르시고 계실까요.

부활의 삶은 삶의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려 죽으신 모습을 본 제자들은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어부였던 베드로와 몇몇 제자들은 결국 다시 갈릴리호숫가로 돌아갔습니다. 그곳에 부활하신 예수님이 찾아오신 것입니다. 마음도 무겁고 두려웠을 것입니다. 그물을 내려 봐야 아무것도 잡히지 않습니다. 그 순간 누군가 소리칩니다. “오른쪽으로 다시 그물을 던져 보아라!”

그물이 찢어지도록 물고기가 잡혔습니다. 베드로는 저 멀리 예수님의 목소리를 듣고 뒤늦게야 예수님임을 알아챘습니다. 그러곤 예수님께 달려갔습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제자들을 다시 삶의 자리로 보내셨습니다. 부활의 삶을 위해 재출발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부활은 실패의 자리, 고난의 자리를 잊어버리고 새롭게만 시작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십자가를 넘어서 부활하신 주님을 새로운 존재로 우리에게 보이시고 새 삶으로의 발걸음을 요청하는 자리입니다. “너의 삶의 자리에서 다시 시작해라!” 부활의 삶은 이제 우리 삶의 자리에서 시작됐습니다.

목적과 사명이 바뀌었습니다. 여전히 물고기 잡는 어부였지만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제자들은 이제야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됐습니다. 더 정확하게는 이제야 처음 말씀을 깨닫게 됐습니다.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면 삶의 목적과 이유가 달라집니다. 예수님이 말씀하신 곳에 그물을 내렸더니 물고기가 많이 잡혔습니다. 예전과 같으면 “이건 기적이야”라고 외치며 돈을 많이 벌어서 즐거웠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물 속 물고기의 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부활의 주님과 함께 있는 게 중요해졌습니다. 다 버려두고 부활하신 예수님께 달려갈 수 있었습니다.

이 시대에 부활의 주님을 만나는 삶의 목적도 이와 같습니다. 모든 가치와 생각이 바뀌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예수님이 단지 훌륭한 도덕 교사라는 생각, 십자가는 과거에 일어난 한 사건이라는 생각, 이 세상이 전부이며 삶은 우연이라는 생각, 죽음 이후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살았다면 이제는 하나님 안에서 내가 얼마나 귀중한 존재인지 확신하는 믿음, 전에는 세상에서 인정받기 원해 발버둥 쳤지만 이제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본다는 믿음, 그 믿음으로 매일매일 살아간다는 믿음으로 바뀌는 것입니다. 부활의 주님은 더는 무덤에 계시지 않습니다. 갈릴리로 가셔서, 우리가 사는 곳으로 오셔서 함께 일하기를 원하십니다. 이것이 예수 부활을 확인하는 것이며 복음의 핵심입니다.

부활의 삶을 사는 우리도 이제 다시 배에 올라야 합니다. 2012년 이탈리아의 유람선 사고에서 배와 승객을 버리고 나오는 선장에게 해안 경비대장은 외치듯이 소리칩니다. “다시 배로 돌아가라!”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도 제자들에게 그렇게 외치고 계시는 것은 아닐까요. 놀라운 것은 그 제자들은 다 그 배로 돌아갔다는 것입니다. 십자가로 돌아갔습니다. 그들이 탄 배는 이제 그냥 물고기 배가 아닙니다. 생명선입니다. 이 세상에 부활하신 예수님을 전하고 구원을 선포하면서 한 영혼을 살리기 위해 결국 십자가와 고통으로 죽어간 순교자들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 것입니다.

탐욕의 시대, 인간이 주인이라는 시대에 여전히 예수님의 부활은 이제 부활의 삶을 사는 우리들을 통해 회복돼야 합니다. 지금도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이 사회와 우리 모두에게 “다시 배로 돌아가라”고 외치고 계십니다. 이제 그 외침을 모두 들어야 하겠습니다.

장진원 목사(도림감리교회)

◇도림감리교회는 라이프호프기독교자살예방센터와 함께 생명목회와 사회적목회를 꿈꾸며 2015년에 설립됐습니다. ‘우는 자와 함께 울라’는 말씀을 통해 상처 입은 영혼과 가족들을 섬기며 하나님나라의 소망으로 지역과 사회를 섬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