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 어르신이 TV를 틀어놓고 연속극을 시청하는 장면은 꽤나 쓸쓸하다. 하지만 인공지능(AI) 스피커를 통해 주변 이웃과 수다를 떨며 연속극을 시청하게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기술이 곧 그 자체로 ‘이웃’이 되는 셈이다.
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8개 자치단체와 SK텔레콤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행복커뮤니티’ 서비스를 22일 개시했다. 사업은 SK텔레콤의 AI 스피커 ‘누구’와 스마트 스위치, 문열림 센서 등을 독거 가구에 보급해 모니터링을 통해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게 골자다. 서울 성동구와 서대문구, 중구, 강남구, 양천구, 영등포구, 경기도 화성시, 대전 서구가 참여한다. SK텔레콤이 IoT(사물인터넷) 기기와 ICT(정보통신기술)를 지원하면 자치단체가 돌봄대상자를 발굴하고 이를 도울 인력의 일자리 예산을 담당하는 식이다.
IoT 기기에서 수신되는 정보들은 성동구 ‘행복커뮤니티센터’에서 모니터링 된다. 센터 운영은 사회적기업 ‘행복한 에코폰’에서 맡는다. 센터 내 실시간 대시보드를 통해 AI 스피커나 스마트 스위치, 문열림 센서 등이 48시간 동안 작동하지 않는 가구의 경우에는 ‘경고’ 알림이 뜬다. 현장 매니저가 즉시 가구를 방문해 건강에 이상이 있는지 여부를 체크하게 된다.
특히 자치단체가 주목하는 것은 AI 스피커를 통한 돌봄 서비스다. 단순히 작동 여부만을 모니터링 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혼자 사는 어르신들이 우울한 상황에 놓여있지는 않은지 세심히 살펴본다는 계획이다. 예를 들어 AI 스피커를 통해 대화를 하는 어르신이 ‘우울’ ‘죽음’ 등 부정적 단어를 많이 사용할 경우에는 처리 결과가 전송돼 커뮤니티 센터 심리 상담사가 연락을 하게 된다. 또 SK텔레콤은 최근 개발한 스피커끼리 통화할 수 있는 기능을 적용하면 비대면 커뮤니티도 형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단, 개인정보 활용 동의를 한 경우에만 서비스가 제공된다.
올해는 시범사업으로 2100여명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실시한다. 100명 당 1명의 방문관리사가 직접 돌봄 서비스에 나선다. 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기술이 사람의 삶의 질을 바꿀 수 있어야 하는데, 음성으로 소통하는 AI스피커는 소외된 1인 가구의 가장 큰 문제인 ‘외로움’을 일정 부분 해소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사람 중심의 기술이 기반이 되는 ‘포용도시’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나 오주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