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10년… ‘변시’ 자격시험 전환 목소리 커진다

입력 2019-04-23 04:01
로스쿨 재학생과 졸업생으로 구성된 법학전문대학원 원우협의회 회원들이 22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 앞에서 변호사시험의 자격시험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대한변호사협회 이찬희 회장과 회원들이 같은 장소에서 집회를 열고 법학전문대학원 합격자 수를 줄이자고 주장하는 모습. 뉴시스

도입 10년이 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제도가 ‘도로 고시제’로 변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변호사시험을 자격시험화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22일 기자회견을 갖고 ‘로스쿨 제도 문제점과 개선 방안에 관한 의견서’를 법무부와 교육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의견서에는 현행 변호사시험이 1500명대 정원을 정해놓고 선발하는 방식으로 운영된 탓에 과거 사법시험제도 하에서 벌어진 폐단이 재현되고 있다는 주장이 담겼다. 민변은 정원제가 아닌 변호사로서 필요한 자격 여부를 확인하는 자격시험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변호사시험을 자격시험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는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갈수록 떨어지는 것과 반비례해 높아져 왔다. 실제 2012년 1회 시험 때만 해도 87.15%에 육박했던 합격률은 지난해 7회 시험에서 49.35%까지 추락했다. 로스쿨 졸업 후 응시하는 초시생은 매년 새로 진입하고, 전년도에 탈락한 응시생의 재도전이 누적되면서 응시자는 계속 늘어나는데 합격 정원은 1500명대에 고정돼 있어 벌어진 결과다. 이렇다 보니 로스쿨 졸업 후 취직하지 못한 채 변호사시험에만 매달리는 ‘변시 낭인’과 함께 변호사시험 통과를 위한 신림동 고시 고액 과외까지 등장했다. 시험 합격률이 30%대에 그치는 일부 지방 로스쿨은 교육과정 자체가 시험 통과에 초점을 맞추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민변 오현정 변호사는 “시험이 불필요하게 어렵고 경쟁적으로 변하면서 특성화·전문화 과목은 철저히 외면받는 등 로스쿨 도입 취지가 퇴색했다”고 지적했다.

합격자 정원을 둘러싸고 변호사단체와 로스쿨 학생들 간 갈등도 반복되고 있다. 오는 26일 8회 변시 합격자 발표에 앞서 법무부 변호사시험관리위원회가 합격자 정원을 검토하는 가운데 대한변협은 이날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법무사, 변리사 등 법조 유사 직역을 통폐합하기 전에는 합격자를 늘려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바로 옆에서는 로스쿨 재학생 및 졸업생 단체 등이 변협 규탄 집회를 열며 자격시험화를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로스쿨 도입 취지를 살리기 위한 개선 방안을 다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대 교수는 “로스쿨의 가장 중요한 취지가 시험에서 교육으로 전환하자는 거였다는 점에서 ‘몇 명’까지 합격시켜라, 이런 대안으로 가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변호사의 최소 자격이라는 게 어느 정도냐에 대한 합의가 중요하다. 절대평가의 기준 자체를 논의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조민영 안대용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