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에 담배 사는 법까지 알려주는 유튜브

입력 2019-04-23 04:04

어린이와 청소년이 볼 수 있는 공중파 드라마에 담배가 버젓이 등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유튜브 영상은 미성년자가 편의점에서 담배를 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보건복지부는 드라마 영화 웹툰 유튜브 4개 매체를 점검한 결과 담배나 흡연 장면이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었다고 22일 밝혔다.

드라마는 조사 대상 15개 작품 중 8개에서 담배 및 흡연 장면이 나왔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JTBC)’ ‘슬기로운 감빵생활(tvN)’ ‘나의 아저씨(tvN)’ 등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가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모두 15세 이상 관람가다. SBS 드라마 ‘피고인’에서도 담배가 노출됐다. 복지부는 “2002년 시작한 공중파의 담배 및 흡연 장면 자체 규제가 해이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화도 조사 대상 작품의 절반에서 담배 및 흡연 장면이 등장했다. 심지어 전체관람가 등급의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출연자의 흡연 장면이 나왔다. 같은 전체관람가 등급의 외국영화에선 담배 또는 흡연 장면이 단 한 건도 발견되지 않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제작사 디즈니에선 아이들이 많이 보는 영화에 자체적으로 담배나 흡연 장면을 넣지 않고 있다”고 했다.

사용자가 직접 영상을 업로드할 수 있는 유튜브는 더 관리가 안 된다. ‘신분증 없을 때 술, 담배 미성년자 구매불가 상품 사는 꿀팁’이란 제목의 영상은 신분증 없이 편의점에 갔을 때 주민번호 조회로 담배를 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영상에서 “청소년분들, 언니나 형 (주민)번호 외워서 하지 마세요”라고 말하지만 사실상 청소년에게 담배 사는 방법을 알려주는 셈이다.

유튜브에는 전자담배 사용 후기나 액상 제조방법 시현 영상도 많다. 대부분 나이에 상관없이 볼 수 있는 ‘전체 이용가’다. 시청자가 해당 영상을 유튜브에 직접 신고하지 않는 이상 시청가능 연령을 제한할 수 없다.

방송과 영화의 흡연 관련 규정은 선언적이어서 큰 효력이 없다. 현행 방송법은 ‘표현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하고 있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규정도 ‘담배’ ‘흡연’을 별도 항목으로 언급하고 있지 않다.

영화의 경우 ‘전체관람가’ 상영등급을 얻으려면 ‘약물 사용이 없거나 매우 약하게 표현된 것’이라는 시행령을 지켜야 한다. 여기서 약물에 음주와 흡연이 포함된다.

전문가들은 청소년이 미디어를 통해 담배를 접하지 않도록 영상 관련 등급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홍준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영화등급 판정 시 흡연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관계자는 “담배 및 흡연 장면에 대한 권고기준을 마련해 (영상물) 제작사에 적극 홍보할 방침”이라고 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5년 ‘흡연 장면 없는 영화’ 보고서에서 “영화에 흡연이 묘사되는 것과 어린 나이에 흡연을 시작하는 것 사이에 충분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