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발력 낮춘 공인구, 홈런 34% ‘뚝’

입력 2019-04-22 21:02
올 시즌 프로야구가 23일로 개막 후 한 달을 맞는 가운데 새 공인구 효과로 홈런이 뚝 떨어졌다. 구단 별로는 예상대로 두산 베어스와 SK 와이번스, 키움 히어로즈의 ‘3강 체제’가 이뤄진 가운데 NC 다이노스와 LG 트윈스가 선전을 펼치고 있다. 뉴시스

올 시즌 프로야구가 23일로 개막 후 한 달을 맞는다. 올해 프로야구의 가장 큰 특징은 새 공인구 효과로 인한 ‘투고타저(投高打低)’ 현상이다. 각 팀별로 살펴보면 두산 베어스와 SK 와이번스, 키움 히어로즈의 ‘3강 체제’가 도드라진다.

새 공인구 효과…안타수 급감

올해 개막 후 한 달과 지난해 같은 기간을 비교해 보면 평균 타율은 올해 0.264로 지난해(0.278)보다 1푼 이상 크게 떨어졌다. 안타 수에서도 2266개로 지난해(2445개)보다 줄었다.

특히 홈런 개수는 급감했다. 올해의 경우 홈런 수가 경기당 1.6개인 200개다. 지난해 같은 기간 304개에 비해 무려 104개(34%)나 줄어들었다. 실제 지난해 개막 후 한 달이 지났을 때 홈런 1, 2위는 SK 최정(13개)과 제이미 로맥(11개)이었다. 그런데 현재 이 부문 공동 선두인 KT 위즈 황재균 등 5명이 때려낸 홈런 개수는 6개에 불과하다. 홈런 6개는 지난해 10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반면 평균자책점은 올해 4.33으로 지난해 4.94보다 크게 낮아졌다. 공격이 줄어듦에 따라 자연스럽게 경기시간도 3시간21분에서 3시간18분으로 3분 단축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코칭스태프 및 선수, 전문가들은 이 같은 투고타저를 새로운 공인구 효과로 분석하고 있다. 최근 프로야구에서 타고투저가 심각해지자 KBO는 지난해 0.4134~0.4374였던 공인구 반발력을 0.4034~0.4234로 하향조정했다. 공 무게도 기존 대비 1g 무거워졌고 크기도 기존 233㎜에서 1㎜ 커졌다. 염경엽 SK 감독은 “시즌을 앞두고 시뮬레이션을 해 본 결과 지난해보다 약 20~30%정도 홈런 수가 작게 나오는 것으로 나왔다”고 소개했다.

선수들도 시즌 초반에는 바뀐 공인구에 무덤덤했지만 약 한 달이 지나면서 반발력이 적고 무거워진 공의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 이구동성으로 “분명히 넘어갔다고 생각했는데 안 넘어간다”고 토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인구의 영향으로 야구 트렌드까지 바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심재학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22일 “타자들 입장에선 공을 띄우려는 것 보다 라인드라이브성 타구를 만들려 노력할 것이고, 구단으로선 수비 범위가 넓은 팀이 유리해진다”고 분석했다. 장성호 KBSN스포츠 해설위원은 “구위가 좋은 투수들은 적극적으로 정면 승부를 할 수 있을 것이고 어린 투수들의 성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NC·LG 깜짝 선전, KIA 몰락

많은 전문가들은 올 시즌에 대해 두산과 SK, 키움의 3강 체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예상대로 세 팀은 시즌 초반 선전을 펼치고 있다. 두산이 1위, SK가 1.5경기 차 뒤진 2위, 키움이 그 뒤를 잇고 있다.

타율 1위를 질주 중인 두산 호세 페르난데스. 뉴시스

두산은 지난해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외국인 타자 호세 페르난데스가 맹활약을 펼치며 1위를 질주하고 있다. 페르난데스는 현재 타율이 무려 0.411이나 될 정도로 불방망이쇼를 과시하고 있다. 타율·출류율 1위, 타점 3위다. 투타 합쳐 올 시즌 신인 외국인 선수 중 최고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디펜딩 챔피언’ SK는 믿었던 방망이가 식었지만 노련함과 집중력으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1점차 승리가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7회나 된다. 키움은 세이브 1위인 조상우의 복귀가 천군만마다.

도루를 제외한 전 타격 부문에서 상위권에 있는 NC 양의지. 뉴시스

예상치 못한 구단들의 선전도 눈에 띈다. 지난해 꼴찌팀 NC는 양의지 효과를 톡톡히 누리면서 공동 3위로 뛰어 올랐다. NC는 올 시즌을 앞두고 양의지를 125억원에 자유계약선수(FA)로 데려왔다. 양의지는 홈런·장타율(0.727) 1위에 타율 2위(0.377), 출루율 4위(0.462), 타점 5위(20개)로 도루를 제외한 공격 부문 대부분에서 상위에 랭크돼 있다. 투수 리드에서도 젊은 영건들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다. LG는 투수력의 팀으로 변모하며 공동 3위에 올라 있다. 에이스 타일러 윌슨은 유일한 1점대 미만(0.66) 평균자책점 투수다. 불펜에선 정우영이라는 신예가 혜성같이 나타났다. 13경기에 나온 정우영의 평균자책점은 0.49에 불과하다. 자연스럽게 LG의 현재 팀 평균자책점은 2.76으로 1위다.

불펜 평균자책점 1위 LG 정우영. 뉴시스

반면 2017년 통합우승팀 KIA 타이거즈의 몰락은 의외다. KIA는 투타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며 지난 21일 2008년 5월 23일 이후 무려 3985일, 햇수로는 11년 만에 꼴찌(시즌 20경기 이상 소화 기준)로 추락했다. 장 위원은 “팀 밸런스가 맞지 않고, 마운드에는 쓸 선수가 없다”며 “특히 1경기를 무조건 책임질 수 있는 에이스 양현종의 부진이 심각하다”고 분석했다.

모규엽 박구인 이현우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