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저녁에 클라이밍·주짓수 배워요

입력 2019-04-22 19:29
이채연(오른쪽) 삼성SDI 프로가 클라이밍 국가대표 김자인 선수와 김 선수의 친필서명이 적힌 클라이밍 장비를 들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삼성SDI 제공

삼성SDI 울산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중대형전지사업부 이채연(37·여) 프로는 회사에서 사무직으로 근무하며 체중이 증가해 고민이 많았다. 다이어트를 해야겠다고 마음은 먹었지만, 특별히 다른 운동은 해 본 적 없던 그는 실내 클라이밍센터에 한번 가보자는 친구의 권유에 클라이밍(암벽등반)과 인연을 맺었다. 점차 클라이밍의 매력에 빠진 이 프로는 지난해 울산에서 열린 동호인대회에서 6등을 했다. 올해는 1등이 목표다.

삼성SDI는 지난해 주52시간 근무제 도입과 동시에 임직원의 저녁이 있는 삶을 응원하기 위해 ‘Recharge Your Life-퇴근 후 뭐하세요?’를 주제로 사내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고 22일 밝혔다.

‘저녁이 있는 삶’을 원하지만 어떻게 시간을 보내면 좋을지 고민하는 임직원들을 위해 자기계발 사례를 발굴하고 소개하는 활동이다. 수제기타 제작, 캘리그라피(손글씨), 합창, 철인3종경기 등 다양한 취미를 가진 동료들의 사례가 소개됐고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스스로 변화를 시도할 엄두가 나지 않았던 이들도 동료들의 도전에 힘입어 용기를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프로의 사연도 사내 캠페인을 통해 소개됐다. 이 프로가 주말뿐 아니라 평일에도 클라이밍을 즐기며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실제 주52시간 근무제 도입 영향이 컸다고 한다. 그가 속한 부서는 지난해 단합행사로 클라이밍 체험을 진행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클라이밍이 힘들 것이라는 생각에 부서원들이 망설였지만 이 프로의 설득으로 시작했고, 막상 체험 후에는 만족도가 컸다고 한다. 남편과도 함께 클라이밍을 즐기는 이 프로는 “클라이밍을 통해 체력이 향상된 것은 물론이고 목표의식이 뚜렷해졌으며 문제 해결 및 협업 능력, 자신감도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김동영 삼성SDI 프로가 주짓수 도장에서 도복을 입고 포즈를 취한 모습. 삼성SDI 제공

삼성SDI 전자재료사업부에서 소재개발 업무를 맡고 있는 김동영(32) 프로는 퇴근 후 주짓수를 즐긴다. 주짓수는 일본 유술과 브라질 전통 격투기가 결합한 무술이다. 쳇바퀴 도는 것처럼 반복되는 일상에 변화를 주기 위해 주짓수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그도 주52시간 근무제 시행이 중요한 분기점이었다. 평소 주 1~2회 찾던 체육관을 2~3회 갈 수 있게 된 것이다.

김 프로는 “퇴근 후에도 당연하게 취미를 즐길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워라밸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생산적인 활동을 통해 임직원들이 회사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털어내고 몸과 마음의 건강을 챙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