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33)] 장헌일 생명나무숲교회 목사

입력 2019-04-23 00:01
장헌일 생명나무숲교회 목사가 22일 국민일보빌딩 앞에서 북한 내 나무 심기 사역을 설명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평안북도 압록강에 있는 수풍댐. 장헌일 생명나무숲교회 목사는 3주 전 이곳을 다녀왔다. 한국교회가 지원한 나무가 잘 자라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한반도녹색평화운동협의회(KGPM) 상임이사와 국제사랑재단 감사로서 지금까지 북한에 나무 35만 그루 심기를 주도해 온 장 목사는 2016년 자신이 개척한 교회의 이름도 ‘생명나무숲교회’로 지을 만큼 북한 나무 심기에 열심이다.

“북한에는 여전히 민둥산이 많습니다. 평양 인근을 제외하고는요.”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의 한 카페에서 22일 만난 장 목사는 수풍댐을 살펴보고 온 소감을 묻자 이 이야기부터 꺼냈다. 그는 2005년 중국 옌지에서 북한의 민둥산을 망원경으로 본 후로 북한 나무 심기라는 비전을 품고 8차례 북한에 다녀왔다.

북한 전역을 푸르게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장 목사도 서두르지 않는다. 시간이 걸리는 일이기에 남북 청년이 하나 돼 나무를 심어주기 바랐다. 나아가 이들이 잘 심어진 나무처럼 ‘통일 숲’을 이루기를 꿈꿨다. 생명나무숲교회에서 청년 사역에 열중하며 탈북자 청년들에게 미용기술을 가르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장 목사는 지난해 평양의 미용원에서 한국 연예인의 머리 모양이 유행하고 있음을 봤다. 나무 심기만큼 문화적으로도 남북이 하나 될 길이 있다는 비전을 보았다. 아내가 회장으로 있는 뷰티구호개발 NGO 월드뷰티핸즈(회장 최에스더 신한대 교수)와 함께 북한 내 뷰티학교를 세우는 구상도 품었다.

그는 평양 교회의 재건이 한국교회 신앙 회복의 기점이라 생각한다. 평양대부흥운동이 한국교회의 모판이 된 것처럼 평양 교회 재건이 한반도 신앙 회복의 물꼬를 터줄 것이라 확신한다. 이를 위해 한국교회가 교단과 교파를 떠나 복음의 나무 심기만큼은 협의 기구를 갖춰 체계적으로 행하길 바란다. 북한 내 나무 심기 지역을 교단별로 나눠 맡아 중복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2015년 국민일보와 KGPM이 함께한 ‘녹색한반도 통일화합나무 8000만 그루 심기 범국민운동’은 좋은 밑거름이다.

수풍댐을 보면서 새로운 구상도 떠올렸다. 압록강 유역 북한 주민들에게 수산양식업을 지원하는 일이다. 중국인들은 청정지역인 압록강 유역에서 양식업을 하지만 북한 주민들은 엄두를 못 내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고 한다. 중국을 통해 양식업에 필요한 기구를 지원하고 부산에서 쓰지 않는 어묵 제조기계를 북한에 보내면 수산물 양식부터 가공까지 모두 지원할 수 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