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투자의 판이 커지면서 증권사들의 ‘온리 원(Only One)’ 경쟁이 치열하다. 투자자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흐름이 지속된다는 전망에 따라 ‘마케팅 전쟁’도 2라운드에 접어들고 있다. 증권사들은 수수료 인하, 이벤트 등 단기 전략에서 벗어나 해외투자 담당 인력 충원, 리서치보고서 품질 강화 등으로 고객층 확대에 나섰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인력이다. KB증권은 스타급 해외주식 전문 프라이빗뱅커(PB)를 영입하고, 자체 교육으로 해외주식 전문 PB를 꾸준히 양성하고 있다. 삼성증권도 지난해 전체 PB를 대상으로 3만 시간(누적)에 이르는 해외투자 역량 강화 교육을 진행했다. 지난 1월에는 해외투자 달러채권 전담데스크도 설치했다.
미래에셋대우는 글로벌투자 전문가 양성을 위해 중국의 알리바바 같은 해외기업 탐방 기회를 제공한다. 해외 연수에 참석했던 이주일 청주WM 선임매니저는 22일 “리포트나 포럼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었던 해외기업 정보를 탐방으로 직접 알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이 ‘2차 해외투자 마케팅 전쟁’에 돌입한 배경에는 해외시장의 성장성이 자리 잡고 있다. 신동준 KB증권 자산배분전략부 상무는 “세계 도처에 성장하는 기업이 널려 있는데, 상대적으로 한국 기업들의 성장은 정체돼 있는 상황”이라며 “앞으로도 해외투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박태근 글로벌채권팀장은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역전 장기화 전망과 함께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크게 낮아지면서 해외금리형 자산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증권사들은 투자자들에게 해외 기업의 정보를 충실하게 전달하는데 신경을 쏟고 있다. 박현섭 신한금융투자 GBK사업부 과장은 “해외주식 정보는 국내 기업보다 제한적이고 영어로 적혀 있다보니, 여기에 대한 고객들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대우는 리서치센터뿐만 아니라 글로벌주식컨설팅팀에도 해외주식 투자정보를 제공하는 전문인력 9명을 따로 배치했다.
NH투자증권은 선진국 중심이던 글로벌 투자리서치 영역을 넓히고 나섰다. NH투자증권은 동남아시아와 중국의 경제·기업 관련 자료를 다양하게 확보하기 위해 싱가포르 최대 은행인 DBS뱅크, 중국 4위 증권사인 화태증권연구소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지난 16일부터 월트디즈니 등 해외종목의 분석 내용을 쉽게 풀어 설명하는 리서치 자료도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해외주식 대여서비스 등으로 차별성을 보여준다. 해외주식을 보유한 고객이 그 주식을 잠시 빌려주고, 대여 수익을 얻는 서비스다. 주요 선진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의 글로벌 증시흐름과 국가별 경제 환경을 분석하는 ‘월간 해외주식’ 리포트도 발간하고 있다. 대신증권은 해외주식 거래 국가를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거래 가능 국가는 4개국이지만, 올해 안에 총 32개국을 추가한다. 해외주식을 원화로 주문할 수 있는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임주언 정진영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