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이제 읽게 하자

입력 2019-04-23 00:01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를 모르더라고요.” 말하는 내내 땅이 꺼져라 한숨이다. 그럴밖에. 모태신앙으로 자라 성실하게 교회에 출석하는 고등학생인데, 다윗과 골리앗을 모른단다. 후배 사역자의 하소연이다. 해도 해도 너무한다고, 어떻게 해도 안 된다는, 엄습하는 불안감에 어쩔 줄 몰라한다. 앞으로는 예수가 누구인지 모른다고 할지도.

어느 목사님이 은퇴를 앞두고 교회를 둘러보았다. 뒤뜰에서 초등부 아이들이 흙으로 성을 쌓는 중이다. “얘들아, 여리고성을 누가 무너뜨렸지?” “내가 안 그랬어요.” 한 아이가 울며 달아나는 게 아닌가. 기가 차서 교사와 부장에게 얘기했더니, “그 아이는 그럴 아이가 아닙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얼이 빠진 목사님은 당회에 말했다. 당회원 왈, “목사님 은퇴기념으로 그 성을 다시 쌓도록 하지요”라고 했단다. 웃자고 한 개그였을 텐데,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현실이 된 게다.

그동안 다음세대에 관한 연작 칼럼을 써왔다. 거창하고 거시적인 차원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실제적인 제안을 몇 개 했다. 그 모든 것의 전제는 부모세대, 기성세대의 잘못이 더 크다는 것과 아이들을 믿어주자는 것이다. 우리가 우리 시대의 질곡을 헤치고 나아갔다면, 지금 청년과 청소년들은 이전 세대와 다른 그들만의 방식으로 지금의 위기와 시련을 돌파해 나갈 것이라는 믿음을 갖자.

그 전제 위에서 한 가지는 하지 말자고 했다. 전도를 위해 문화상품권으로 아이들을 꾀지 않는 것이다. 해야 할 것으로 번역 성경을 바꾸자고 제안했다. 지금 번역본은 당최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할, 숫제 읽지 말라는 번역본 같다. 성경을 읽지 않고 하나님을 믿을 길이 없건만 그런 성경을 던져주고 읽으라고 하니 안 읽고 못 읽는 게다. 한 가지 더, 분반 공부 시간을 30분은 할애하고 대화와 토론으로 진행해 보자고 했다.

오늘 칼럼에서 마지막 제안을 하고자 한다. 성경을 직접 읽게 하자는 거다. 후배 목사의 학생회 인원은 네댓 명, 예배시간은 1시간이다. 한 시간 내내 성경을, 마가복음 읽기를 권했다. 한 번 읽고 말면 기억에 남는 게 없다. 해서 4주 동안 매번 통째로 마가복음을 읽는 거다. 그리고 5주째는 성경 퀴즈대회를 하는 거다. 이후에는 이야기가 있는 성경을 골라 읽는다. 창세기 출애굽기 여호수아 사사기 사무엘상·하 등.

예배시간에 성경만 읽어도 될까. 로마 제국 당시 기독교와 다른 종교의 차이 중 하나는 경전에 대한 태도였는데, 기독교는 예배 중 성경을 낭독했다. 초대교회의 예배에서 성경 낭독은 중요한 순서였고 비중이 꽤 높았다. 문맹률도 높았거니와 구술하는 것을 귀로 듣는 문화였기에 경전을 낭독하는 것은 중요한 제의적 행위였다.

초기 한국교회의 사경회에선 성경을 소리 내서 읽는 것이 중요했다. 인도자가 성경을 낭독하고 회중이 그것을 따라 읽었다. 강사를 초청하기 어려운 작은 교회의 사경회는 집회 내내 거의 성경을 읽는 것으로 이뤄졌다. 인원이 많이 참석하는 집회는 찬양과 기도 등이 포함됐으나 그럼에도 성경을 소리 내서 같이 읽는 것이 핵심이었다.

예배는 예배이고 예배는 예배로 드려야 하기에 성경만 줄곧 읽는 것에 저항할 듯하다. 그렇다면 일시적으로 예배시간 전체를 할애한 것이니까 원래대로 돌아가면 된다. 아니면 분반 시간엔 당분간 성경 읽기를 하는 거다. 아무리 간청하고 강제해도 듣지 않는데, 신경전 벌이느니 차라리 성경 읽기를 추천한다. 사람의 말로, 내 힘으로 아이를 바꾸려 애쓰지 말고 하나님의 말과 그 맛을 직접 보게 하는 것이 100배 낫다.

내가 청소년들에게 하도 성경을 읽히라고 하니까 한 전도사님이 2박 3일 수련회에서 실제로 이를 시도했다. 분량도 길고 어려운 욥기를 골랐다. 1.2배속으로 5장 읽고 1~2분 쉬는 패턴으로 총 2시간 10분 동안 읽고 읽었다. 욥기를 설명해 주는 강의를 포함해 4시간 30분이 걸렸다. 어땠을까. 이구동성으로 여러 프로그램 중 최고의 시간이었다며 또 하자고 했단다.

어떤가. 사도 바울처럼 “주와 그 은혜의 말씀께 부탁”(행 20:32)하는 것이. 내가 가르치기보다 성경을 직접 읽고 직접 들으면 그 말씀이 다음세대를 살릴 것이다. “그 말씀이 다음세대를 능히 든든히 세우사 거룩하게 하심을 입은 모든 자 가운데 기업이 있게 하시리라.” 성경을 주야로 읽고 읽었던 다윗이 성경을 기록하는 성경의 사람이 됐듯이 성경을 읽고 읽은 세대가 성경을 살아내는 다음세대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김기현 목사 (로고스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