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수의 전성시대’ 시즌2… 모벤저스, 7번째 천하통일

입력 2019-04-22 00:14
울산 현대모비스 선수단이 21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18-2019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우승을 확정한 후 우승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이날 승리로 4승 1패를 기록하며 인천 전자랜드를 따돌리고 4년 만에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뉴시스

울산 현대모비스 유재학(56) 감독은 ‘만가지 수’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만수(萬手)’로 불린다. 그런데 지난해까지 세 시즌 연속 우승을 차지하는데 실패했다. 그래서 올 시즌을 앞두고 ‘우승 청부사’ 라건아(30)를 영입하며 정상 재탈환을 다짐했다. 동시에 자유계약선수(FA)로 문태종(44)과 오용준(39) 같은 고참 선수들도 데려 왔다. 이미 양동근(38), 함지훈(35)이 노쇠화에 접어든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의외의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여기에 시즌 중반부터는 아이라 클라크(44)까지 대체선수로 썼다. 양동근과 함지훈, 문태종, 클라크, 오용준을 동시에 기용할 때는 ‘나이 합산 200세’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유 감독 본인 역시 현역 최고령 사령탑이다.

하지만 만수의 노림수는 제대로 적중했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는 말이 있듯 이들 베테랑의 노련함으로 현대모비스는 챔피언에 올랐다. ‘만수의 전성시대 시즌2’가 도래했다.

현대모비스는 21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전자랜드와의 2018-2019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4선승제) 5차전에서 92대 84로 승리했다. 이로써 시리즈 전적 4승 1패를 마크, 우승 트로피를 높이 들었다. 현대모비스는 전신 기아엔터프라이즈 시절을 포함해 통산 7번째 챔피언에 등극했다. 정규리그 1위와 챔피언을 동시에 거둔 통합우승은 5번째다.

2014-2015시즌 이후 네 시즌 만에 정상 탈환을 이끈 유 감독은 우승 횟수를 6회로 늘렸다. 전창진, 신선우(이상 3회)를 압도한다. 양동근은 우승 반지 6개를 끼게 돼 추승균(은퇴)을 제치고 선수 부문 최다 우승자에 이름을 올렸다.

유재학 현대모비스 감독이 우승 기념으로 림 그물 커팅식을 하는 모습. 뉴시스

현대모비스는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 베테랑의 힘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경기에서 전반을 39-43으로 뒤진 현대모비스는 3쿼터 초반 양동근이 3점슛을 포함해 연속 5점을 올리며 점수차를 좁혔다. 87-82로 앞선 종료 1분21초를 남기고는 문태종이 승부에 쐐기를 박는 3점슛을 꽂았다. 현대모비스는 앞서 1차전에서도 경기 종료 직전 양동근이 3점 결승포로 경기를 잡았다. 유 감독은 “시즌을 앞두고 우리 팀에 포워드 라인이 없어서 경험이 많은 선수 위주로 뽑았다”며 “나이 많은 선수들이 힘들었는데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라건아는 우직함으로 팀이 7번째 별을 따는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 역대 플레이오프 및 챔피언결정전 통산 리바운드도 638개로 이 부문 1위였던 김주성(은퇴·625개)을 제쳤다.

이대성은 기자단 투표 총 80표 중 37표를 받아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가 되는 기쁨을 누렸다. 이대성은 “지금 우승했다는 현실이 믿어지지가 않는다. 내가 이 기쁨을 누려도 되는지 모르겠다.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반면 전자랜드는 최고의 장신 포워드진을 앞세워 창단 첫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고, 내심 첫 우승까지도 노렸지만 경험에서 한계를 드러내며 뒷날을 기약하게 됐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