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성당·호텔 8곳 연쇄 폭발… 최소 200여명 사망 ‘핏빛 부활절’

입력 2019-04-21 19:18 수정 2019-04-21 23:30
콜롬보의 한 장례식장 바깥에서 이번 폭탄테러 희생자 가족이 오열하고 있다. 스리랑카 전역 8곳에서 연쇄적으로 발생한 폭탄테러로 최소한 200명이 숨지고 450여명이 다쳤다. 희생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AP뉴시스

부활절을 맞은 21일 스리랑카 전역의 성당과 호텔 8곳에서 연쇄 폭발이 발생해 최소 200여명이 숨지고 450명 이상이 다쳤다. 특히 부상자 가운데 중상을 입은 사람이 많아 시간이 흐를수록 사망자 숫자는 더욱 늘 것으로 보인다.

이번 폭발은 부활절을 맞아 성당에 모인 교인과 외국인 관광객들을 노린 특정 단체의 폭탄테러로 추정된다. 스리랑카 군 당국은 이번 폭탄테러와 관련된 용의자 7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스리랑카 정부는 또 테러 발생 이후 전역에 야간시간대 통행금지령을 발동하고, 소셜미디어 차단 등 추가 피해 및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스리랑카 수사 당국의 감식요원이 부활절인 21일 오전(현지시간) 폭탄테러가 발생한 콜롬보 시내 샹그릴라 호텔 내부를 수색하고 있다. 폭발 충격으로 호텔 내부와 유리창이 산산이 부서져 있다. 신화뉴시스

스리랑카 경찰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5분쯤(현지시간) 수도 콜롬보에서 외국인이 자주 이용하는 5성급 호텔인 샹그릴라 콜롬보 호텔, 킹스버리 호텔, 시나몬 그랜드 콜롬보 호텔에서 폭발이 발생했다. 모두 외국인이 많이 투숙하는 고급 호텔이다. 이들 테러는 다분히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망자 중에는 영국 미국 네덜란드 중국 국적의 외국인이 수십명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인 사상자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슷한 시각인 오전에 콜롬보 북부 도시 코치카데, 네곰보와 스리랑카 동부지역에 있는 바티칼로아의 성당에서도 각각 폭발이 발생했다. 이날 성당에선 부활절 예배가 진행 중이었다. 신도들이 많이 모여 있어 피해가 매우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스리랑카 정부와 경찰 당국은 즉각 피해 지역에 출동해 주변을 봉쇄하고 구조작업과 수사를 벌이고 있다. 폭발 원인은 곧바로 확인되지 않았으나 AP통신은 스리랑카 고위관리를 인용해 “6건의 폭발 가운데 적어도 호텔 1곳과 교회 1곳의 폭발은 자살폭탄 테러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스리랑카에서는 오전에 발생한 6건의 사고를 수습하는 사이 2건의 폭발이 또다시 발생했다. 콜롬보 외곽 데히왈라의 동물원 인근 트로피컬인 호텔에 이어 데마타고다 구역에서 폭발이 발생했다.


AFP통신은 현지 경찰 소식통을 인용해 “8번째 폭발은 경찰이 건물에 들어서자 자폭 테러범이 폭발을 자행했다”면서 “폭발 충격으로 건물 위층이 무너지면서 경찰관 3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다. 스리랑카 수사 당국은 이미 열흘 전 자폭테러 가능성을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푸쥐트 자야순다라 스리랑카 경찰청장이 지난 11일 “이슬람 과격단체 내셔널 타우힛 자맛(NTJ)이 콜롬보의 인도고등판무관사무실, 주요 교회를 겨냥한 자살 공격을 계획 중이라고 외국 정보기관이 알려왔다”는 내용의 보안 경고문을 경찰 간부들에게 보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NTJ는 지난해부터 주목받기 시작한 스리랑카의 이슬람 과격 단체다. 이번 사건이 자폭 테러라면, 일단 종교적 이유로 발생한 테러일 것으로 추정된다. 테러 발생시점이 부활절 예배 시간에 정확하게 맞춰진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티칸에서 성명을 내고 스리랑카 연쇄 폭탄테러를 강력 규탄했다. 교황은 “부활 주일에 공격 소식을 들었다. 공격을 당한 현지 기독교 공동체와 잔인한 폭력에 희생된 모든 이와 함께하겠다. 고통받는 모든 이를 위해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각국 정상들도 일제히 테러 행위를 규탄하고 희생자를 애도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런 혐오스러운 행태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부활절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공격의 타깃이 됐다는 게 충격적”이라며 이번 테러 공격을 강력히 규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트위터를 통해 “끔찍한 테러를 겪은 스리랑카 국민들에게 애도를 표한다. 우리는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썼다. 그는 그러나 이 트윗에서 사망자 수를 138명이 아닌 ‘1억3800만명(138 million people)’으로 잘못 썼다.

장지영 조민아 기자 jyjang@kmib.co.kr